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사진)가 취임 162일 만인 18일 교착상태에 빠진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당권을 내려놓았다. 동시에 지도부 총사퇴 결의에 따라 ‘이해찬 체제’도 막을 내렸다.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문재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 등의 결단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 즉각 재개’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가 대표권한대행을 겸하기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예산심사 등 정기국회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연말 정기국회 때까지 유임하기로 했다.
○ “민주당이 구태정당? 두 전직 대통령 모욕”
이날 낮 12시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선 이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회견문 곳곳에는 착잡함이 배어나왔다.
이 대표는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척결돼야 할 가장 대표적인 구태정치가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치”라거나 “권력욕과 유불리를 따져 단일화를 질질 끌거나 결렬시킨다면 결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을 구태정당으로 지목하고 동교동계와 친노 세력을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안 후보의 광주 기자회견에 앞서 총사퇴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안 후보에게 떼밀리는 형태로 물러나진 않겠다는 반감과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영욕의 정치인 이해찬과 박지원
6·9 전당대회 전부터 ‘이-박 퇴진론’은 끊이지 않은 이슈였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담합론’은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경선관리가 불공정하다”고 문제 삼으면서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반감은 더 노골화됐다.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에는 인적쇄신론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문 후보가 설치한 ‘새정치위원회’조차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고 안 후보마저 친노를 비판하자 이 대표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파다했다. 민주당의 계파정치를 비판해온 안철수 캠프의 핵심 인사는 16일 두 사람을 ‘충치’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주말인 17일 문 후보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최고위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혁신과통합’을 구성해 민주당에 쇄신을 압박하던 이 대표가 딱 1년 만에 쇄신의 대상이 돼 물러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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