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5일 “안철수 후보가 갈망한 새 정치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 됐다”며 “그 힘으로 정권교체와 새 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후보등록을 마친 뒤 첫 기자회견에서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보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는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 단일후보로 등록하기까지 안 후보의 큰 결단이 있었다. 고맙다는 마음 이전에 커다란 미안함이 있다”며 “안 후보의 진심과 눈물은 저에게 무거운 책임이 됐고, 저의 몫일 수도 있었을 그 눈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 전 후보와의 회동에 대해선 “이미 만나자는 제안을 드렸다”며 “안 후보가 지방에 가셨기 때문에 안 후보의 형편이 되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와의 통화 여부를 묻자 “최대한 예의를 다 갖춰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통화가 이뤄지진 않은 듯했다. 문 후보가 24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것도 전날 사퇴한 안 전 후보를 배려한 것이라고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문 후보는 안 캠프와의 연대 방식에 대해선 “안 후보를 지지했던 모든 세력, 후보단일화를 염원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국민연대를 이루고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함께하는 통합의 선거 진용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 지지층을 껴안기 위한 정책연합의 정신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양쪽 후보의 정책이 99%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복지나 통일외교안보 정책 등 합의했던 정책들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 측은 24일 선대위 회의에서 ‘공동선대위원장단 10인 총사퇴’를 결의했다.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들이 참여하는 제2의 통합형 공동선대위 구성을 위해서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측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저희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캠프는 안 캠프에 선대위 참여를 압박하기보다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방침이다.
문 캠프 허영일 부대변인은 24일 영화 ‘완득이’의 배우 유아인이 트위터에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라고 쓴 글에 대해 “무겁게 경청한다”는 논평을 내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문 후보는 25일 회견에서 대선 전 의원직 사퇴 여부에 대해선 “총선에 출마할 때 ‘대통령에 출마했다는 것만으로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유권자들께 약속드렸다”며 “저도 결국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예감을 갖고 있지만, 그 시기는 대통령 당선 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특히 ‘야권 단일후보’를 힘주어 말했다. 새누리당이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가 아니다”고 비판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 뒤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26일 충청도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27일 부산 방문을 결정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역대 대선에서 충청도가 결정하는 후보가 승리했다. 본선에서 외연 확장을 위해 충청권 민심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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