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후보 등록 후 첫 지방 일정으로 26일 충북을 찾아 산부인과와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광주로 이동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의 첫 일정을 두고 의도했든 아니든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병원을 찾아 산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아이를 키우는 전 과정 동안 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아이를 낳아만 주시면 국가가 다 책임져 드린다’는 슬로건대로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는 △국공립 보육시설 2배로 확충 △선택 예방접종을 필수로 전환 △남편 출산휴가 유급 2주로 연장 등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또 “지자체별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한 곳 이상 만들면 조리원 비용을 3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아이를 낳는 여성을 국가유공자로 대접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문 후보의 발언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보육 공약을 연상케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1월 대선후보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아이, 낳기만 하십시오. 노무현이 키워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캠프 관계자는 26일 “태어나서부터 노년이 될 때까지 국가가 할 일을 주제별로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것”이라며 “산부인과 방문은 선거운동의 프롤로그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산부인과 방문 후 청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발전시킬 유통산업발전법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무산되는 상황인데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런 뜻으로 한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육거리시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후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며 오징어, 대구, 홍시, 방울토마토 등을 샀다. 육거리시장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정 의원이 당시 노 후보 측과 첫 공동유세를 했던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도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 때문에 과자를 팔던 한 상인은 문 후보가 과자를 맛보고 떠나자 “노 전 대통령도 여기서 과자를 먹었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후 문 후보는 광주로 이동해 5·18묘지를 참배했다.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단일후보로 확정되기 전날 이곳을 찾았었다.
문 후보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지지자 500여 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참여정부가 더 잘해서 또 다른 민주정부로 정권을 이어지게 했어야 하는데 참여정부가 대단히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해 사과했다.
문 후보는 또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의 상처와 상실감을 다 씻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안 후보가 출마하며 불러일으킨 새로운 정치의 뜻을 온전히 이어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캠프에 있던 새정치위원회와 안 후보 캠프에서 새 정치를 논의했던 분들 및 시민사회 전문가 등을 포괄하는 범국민적 새정치위원회를 결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민주당부터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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