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유세에서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며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유세에서 내놓은 정치개혁 관련 공약이다.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을 실시하는 제도다.
문 후보 캠프 김현 대변인은 이에 대해 “결선투표제는 국민에 의한 제도적 단일화이자 국민적 정당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특히 단일화 논의에만 치중해 정책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성찰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대선후보가 단일화에 매몰돼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펼치지 못하고 국민에게 후보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못 준다는 점을 문 후보가 이번에 절실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후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갈등해온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보정의당은 정치개혁 과제 1순위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결선투표제는 26일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과 정책연대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양당제가 정착되고 있는데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당제는 대통령제하고는 잘 안 맞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결선투표제는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수도 있다.
문 후보는 결선투표제가 정치쇄신이란 점을 주장하며 안 후보 지지층을 끌어안는 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각 후보 캠프는 안 후보의 사퇴로 늘어난 부동층이 7% 안팎인 것으로 분석되자 ‘안철수 표’ 쟁탈전에도 돌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문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7%의 향배’에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캠프에선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안 전 후보 정치쇄신안의) 70∼80%가 새누리당과 비슷한 방향”이라고 밝힌 데 이어 27일엔 안형환 대변인도 “안 전 후보가 제시했던 정치쇄신안은 ‘안철수 현상’으로 일컬어지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농축되어 있는 것으로 적극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전 후보의 사퇴문엔 문 후보 측에 대한 좌절감, 실망감이 아주 뚜렷이 나타났다. 민주당을 쉽게 돕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차단막을 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에서 “안 전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잊지 않겠다. 제가 흘릴 수도 있었던 눈물이었다”며 “안 전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 제가 앞장서서, 또 안 전 후보와 함께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문 캠프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라디오에서 “본인(안철수) 입으로 정치쇄신은 정권교체로부터 출발한다고 했으니 큰 뜻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쇄신과 정당개혁이 안 전 후보와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인 만큼 문 후보 캠프가 조만간 강도 높은 당 쇄신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안철수 부동층’의 향배가 대선 승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뒤 양당이 보이는 이런 태도는 안 전 후보가 ‘링’ 위에 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새 정치라는 건 결국 권력을 이용한 인위적 정계개편”(지난달 23일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안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은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정치 혐오를 조장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지난달 26일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도 21일 단일화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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