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없이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소박한 모습, 과장된 웃음 대신 은근하게 퍼지는 미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선거벽보는 “내 사진 같다”는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같이 박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변추석 홍보본부장(사진)이다.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장 겸 조형대학원장으로 30년 경력의 ‘광고쟁이’다.
변 본부장은 7월 박 후보의 경선 캠프에 합류한 이후 오전 4시경에야 잠자리에 들 때가 많다. 낮에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실무를 살피다 보면 밤에야 아이디어를 구상할 짬이 난다. ‘박근혜의 상처’로 시작되는 TV광고도 10월 초부터 구상에만 한 달이 걸렸다.
그는 29일 기자와 만나 “흉기 테러를 당한 것을 TV광고 소재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 상처가 제3자가 볼 때는 ‘정치적 훈장’일지 몰라도 박 후보에겐 악몽 같은 사건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박 후보는 구상을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창문을 보며 상념에 젖는 연기도 세 시간이 걸릴 거란 예상을 깨고 한 시간 만에 마쳤다.
구불거리는 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은 변 본부장을 정치인들은 처음에 낯설어했다. “정치는 모르지” 하는 냉소적 시선도 많았지만 이젠 박 후보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그의 ‘광고 문법’이 새누리당의 문법이 됐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박근혜다움’을 잘 전달하는 데 홍보의 강조점을 둘 계획이다. 박 후보가 평소 갖고 있는 이미지와 언론을 통해 비치는 이미지의 격차를 줄이자는 것. 그는 “박 후보는 자신만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가진 정치인”이라며 “이미지는 억지로 바꾼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민주 유은혜 홍보단장… 소통 능한 대변인실 고참 ‘소탈한 文’ 이미지 만들기 ▼
29일 한 일간지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종이를 말아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맞춤을 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문 후보의 모습을 통해 ‘소통’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감성적 광고 전략을 주도하는 이는 문 캠프의 유은혜 홍보단장(사진)이다. 그는 TV, 신문 광고는 물론이고 포스터,
법정공보물, 현수막, 유세복까지 대선 홍보물 제작을 총괄한다. 유 단장은 정치 경력만 20년인 ‘초선’ 의원이지만 카피라이터 정철
씨, 최창희 더일레븐스 대표, 김재용 전 하우즈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쟁쟁한 홍보전문가 7명을 포함해 30명이 속한 홍보단을
이끌며 홍보전을 진두지휘한다. 홍보단 관계자는 “정당의 시각과 정치 소비자인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균형감이 유 단장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1992년 고 김근태 전 의원과 인연을 맺으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홍보위원장 등을 거쳤다. 오랜 대변인실 근무 경험을 통해 소통에 능하고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잘 발휘한다는 평을
듣는다.
문 후보의 첫 TV 광고인 ‘출정식’에서 유 단장은 후보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국민에게 다가서는
‘여성적 교감’ 전략을 택했다. 포스터나 신문광고 이미지는 모두 문 후보의 평소 사진을 골라 실었다. 연출되지 않은 후보의 친숙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것.
유 단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상처를 다룬 박근혜 후보의 TV 광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라며 “‘과거 대 미래’ ‘불통 대 소통’ 구도 속에서 문 후보만의 강점을 부각해 유권자의
공감을 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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