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B 조종사 참변, 어이없는 정비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정비 끝낸뒤 차단선 안뽑아 꼬리날개 미작동… 정비사 상관 자살
軍 “정비요원-지휘관 문책”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T-50B 항공기의 추락사고는 어처구니없는 정비 실수가 초래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본보 11월 16일자 A12면 참조… 블랙이글 소속 T-50B 훈련중 추락 조종사 산화

공군은 30일 “사고기의 담당 정비사인 K 중사(32)가 T-50B의 조종계통 장치를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추락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통상 정비사는 조종계통 장치를 정비할 때 가는 철사 굵기의 차단선을 꽂아 기체의 수평꼬리 날개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정비가 끝나면 반드시 차단선을 뽑아야 한다.

차단선을 뽑지 않은 채 항공기가 이륙할 경우 기체의 상승과 하강을 담당하는 수평꼬리 날개가 작동하지 않아 추락사고로 이어진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의사가 개복(開腹)수술을 한 환자의 배 속에 메스를 넣어둔 채 봉합한 것처럼 어이없는 과실을 범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K 중사가 사고 사흘 전인 11월 12일 T-50B의 정비를 마친 뒤 차단선을 뽑지 않은 탓에 사고기는 15일 이륙 직후 조종불능 상태에 빠져 1분 38초 만에 강원 횡성군 야산에 추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 중사는 27일 지휘계통을 통해 ‘정비 후 차단선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K 중사는 12년 경력의 정비사로 2010년부터 T-50 정비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K 중사의 상관인 K 준위(50)는 부하의 정비 실수로 초래된 사고에 대한 자책감에 괴로워하다 27일 부대 내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 사고조사단은 사고기와 같은 T-50B를 대상으로 컴퓨터 조종계통 장치의 차단선을 뽑지 않은 채 모의 비행시험을 한 결과 이번 사고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기에 탑승한 고 김완희 소령(32·공사 51기)은 이륙 직후 기수가 계속 하강하자 기체를 상승시키기 위해 조종간을 끝까지 당겼지만 수평꼬리날개가 작동하지 않아 900여 m 상공에서 기체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지상에 추락해 순직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김 소령은 350여 m 상공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기체에 가해진 엄청난 중력가속도(G)로 인해 비상탈출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군은 K 중사를 비롯한 정비요원과 지휘감독자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는 한편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고 이후 중단됐던 T-50 기종의 비행은 12월 첫 주부터 재개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T-50B#공군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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