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2’ 대선후보가 30일 상대의 정치적 근거지 공략에 나섰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을, 문 후보는 박 후보의 텃밭인 대구 경북을 누볐다. 부산에서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의 득표율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얻은 29.9% 아래로 묶어놓겠다는 전략인 반면 문 후보 측은 4·11총선에서 야권이 얻은 정당 득표율(40.2%)을 넘기겠다는 태세다. 》 ▼ 朴 “文, 이념정부 꿈꾸지만 나는 민생정부 만들 것” ▼ 김무성 “자만 경계” 문자… 당내 낙관론 단속
꽃다발 받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3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앞에서 상인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3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의 서부버스터미널. 경쟁 후보의 심장부에 깊숙이 들어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와 그 세력들이 이념정부를 꿈꾼다면 박근혜 정부는 민생정부가 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1박 2일 부산·경남(PK) 유세투어의 첫 일정이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저는 과거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마다 ‘코드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향우회 인사’니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얼마나 답답하셨느냐”며 “저는 탕평 인사로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이번 대선 기간 유권자를 상대로 이명박 정부를 총체적으로 비판하며 선긋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토론회 등에서 현 정부의 인사 문제나 정책 노선을 주로 문제 삼았다. 야당이 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초점을 ‘유신’에서 ‘이명박근혜’ ‘이명박 정권 민생 실패의 공동책임자’ 등으로 옮기며 정권교체론을 확산시키는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부산 출신인 점을 의식한 듯 “(노무현 정부가) 부산 정권이라고 시민들께서 기대를 갖고 밀어주셨지만 정작 집권하자마자 이념 투쟁과 선동 정치로 날을 새웠다”고 공격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해양수산부를 부활해서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로 만들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노후화된 사상 공업지역을 첨단 융합 지식 서비스 등이 집적된 첨단 산업단지로 바꾸겠다”며 문 후보 지역구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에 들어갔다. 당 일각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박 후보가 대선 초반 승기를 잡았다는 낙관론이 나오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원내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는 29일 의원들에게 언행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주의령을 내렸다.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같은 날 ‘자만 경계령’을 내렸다. 김 본부장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에 200만 표 이상 승리, 인수위 준비 등 벌써부터 선거 분위기를 해치는 당내 인사의 언론 인터뷰가 나오고 있습니다”며 “이런 인터뷰는 절대 해선 안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정치적 지지모임 중 일부인 재오사랑, 조이팬클럽, 조이21, 행사모의 임원 및 회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부산=홍수영 기자·고성호 기자 gaea@donga.com ▼ 文 “등록금 절반 국가가 부담”… 3개大 찾아 호소 ▼
MB고향선 “포항, 지난 5년간 빛좋은 개살구”
귀마개 받고 30일 울산대를 방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수화동아리 소속 학생에게서 귀마개를 선물 받고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0일 울산과 경북 포항, 대구를 잇달아 방문하며 이틀째 영남권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들 지역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포항),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치적 고향(대구)으로 이른바 ‘1박 2일 적진 공략’인 셈이다. 특히 울산대, 영남대, 경북대 등 지역 거점 대학을 찾아 청년 표심에 적극 호소했다.
경남 양산 자택에서 1박을 한 문 후보는 이날 아침 울산 중구 재래시장에서 유세를 벌였다. 이어 울산대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 교내로 걸어 들어가자 100여 명의 학생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문 후보를 둘러쌌다. 울산대 수화동아리 회장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목도리, 장갑, 귀마개를 문 후보에게 건네며 “세상을 따뜻하게 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방식은 장학금을 늘려주겠다는 것이지만, 나는 등록금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울산에서 문 후보는 “약속, 의리 지키는 것을 평생의 명예로 알고 살아왔다”라며 △울산혁신도시 발전 △종합병원급 산재의료원 설립 △울산과기대의 종합대·과학기술원 수준 발전 등을 약속했다.
포항에선 ‘현 정부 실패론’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포항 죽도시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은 포항에서 지지를 호소하려면 지난 5년간 포항 경제를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며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하시면서 새누리당 찍어주시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지방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건 같은 지역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겠다는 국가 균형발전 철학과 의지를 확실히 갖춘 정부”라며 “지난 5년 포항은 그야말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포항에서부터 정권교체 신화를 창조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선 ‘문 후보에겐 있고 박 후보에게는 없는 5가지’로 △서민에 대한 걱정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삶 △역사인식 △도덕성 △소통 능력을 들며 박 후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파탄에 박 후보도 공동책임자”라며 “박 후보의 당선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재집권”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날 저녁 동대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인사를 끝으로 1박 2일 동안의 영남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토요일인 1일에는 춘천, 원주 등 강원권과 충북을 찾고 2일에는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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