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서열과 다른 北 최고 실세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일 09시 52분


최근 행사서 김경희 앞서 호명돼

최근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권력 전면에 나서는 등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명실상부한 후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식 직함이나 권력 서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인물이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조치로 새로 제정됐다는 지난달 29일 첫 '항공절'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기념행사의 참석자 호명순서에서 장성택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행사 참석자들을 소개하며 장성택의 이름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했다.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등 나머지 3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불참했다.

장성택은 노동당 정치국 위원 중 가장 먼저 소개됐다. 그의 이름이 김경희 노동당 비서보다도 앞서 호명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 매체의 호명 순서에서 장성택의 이름이 김경희보다 앞선 것은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9일에도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을 시찰한 소식과 함께 수행자를 소개하면서 장성택의 이름을 김경희 뒤에 내보냈다.

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경희가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고 장성택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남으면서 매번 김경희의 이름 뒤에 소개됐다. 장성택은 올해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음에도 그동안 김경희보다는 '공식서열'이 낮은 것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간부들의 이름을 소개하는 순서인 소위 '공식서열'은 실제 권력서열과는 차이가 있다.

장성택은 지난 2009년 1월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할 때 김경희와 함께 김 제1위원장의 후견인으로 지목된 후부터 공식서열과는 별개로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로 불렸다.

장성택의 독보적인 위치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두드러졌다. 8월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해 국가수반급의 예우를 받은 것은 그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였다.

또 북한은 지난달 4일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 장성택을 국가체육지도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노동당과 내각의 핵심 실세들로 구성됐다.

김경희를 제외한 노동당 비서 전원과 조연준 당 조직부 제1부부장, 리영수·주규창·박봉주 당 부장들, 각 사회단체 수장들이 포함됐으며 내각의 실세인 로두철 내각 부총리를 위시해 주요 내각 장관들도 이 기구의 구성원이 됐다.

특히 지난달 1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기마중대를 시찰한 사진들을 내보내면서 장성택과 김정은이 똑같은 외투를 입고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발행했고 이 사진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방영됐다. 북한 매체가 장 성택이 최고지도자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내보낸 적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고위층 탈북자는 "장성택과 김정은이 똑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의 현지지도 모습을 방불케 한다. 은둔형 실세였던 장성택이 이제는 양지로 나설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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