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찾은 朴 “어린 중학생 아들이 걱정… 유족에 죄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유족들이 내 걱정을 해줘…”, 朴 충격 커 향후 일정 불투명
李보좌관 유세팀 아니지만 檢개혁 회견 잡히며 합류… 10분 앞선 본진 따르다 사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일 유세 수행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 부인 이모 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일 유세 수행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 부인 이모 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일 오후 7시 49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있는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로 들어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박 후보는 15년간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지킨 이 보좌관의 영정 사진을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숙인 뒤 한참 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박 후보는 이 보좌관의 부인 이모 씨의 손을 붙잡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씨가 “(대선에서) 잘되길 빌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울먹이며 또다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박 후보는 먼저 빈소에 와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족에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들은 제 걱정을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여 분간 빈소에 머물던 그는 병원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이 보좌관은 내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도왔던 보좌관”이라며 “가족에게 죄송하다. 어린 중학생 아들이 있다. 걱정이 되고 주변의 많은 분이 가족들 좀 힘내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큰 충격에 빠지면서 향후 유세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빈소에서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유세 일정과 관련해 박 후보의 의견을 물었으나 박 후보는 그저 “지금은 중요한 시기니까…”라고만 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이 보좌관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1차선을 달리다가 갑자기 2차선으로 진입하면서 뒤따라오던 일행 차량과 부딪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은 시속 80km 속도 제한 구간이지만 왕복 4차로 도로가 비교적 곧게 뻗어 있어 과속이 빈발하는 구간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점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었다. 경찰은 뒤차 운전사 김모 씨가 “정상 (속도로) 운행했다”라고 진술함에 따라 현장 검증과 함께 탑승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유세 일정을 수행하던 이춘상 보좌관 등을 태운 카니발 승합차가 2일 강원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국도 44호선에서 추돌사고 직후 크게 파손된 모습. 홍천소방서 제공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유세 일정을 수행하던 이춘상 보좌관 등을 태운 카니발 승합차가 2일 강원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국도 44호선에서 추돌사고 직후 크게 파손된 모습. 홍천소방서 제공
사고 차량은 이날 강원도 유세에 나선 박 후보를 따라 인제에서 춘천으로 가던 길이었다. 박 후보의 차량은 10여 분 앞서 갔고 이 두 차량은 본진과 떨어져 뒤쫓아 가고 있었다. 이 보좌관은 박 후보의 인터넷과 후원금 관리 등 내부 살림을 맡는 역할이어서 유세 등 현장 수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개혁안 발표 계획이 전날 갑자기 잡히면서 기자회견용 프롬프터 설치 등을 위해 유세팀에 합류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박 후보는 춘천 유세를 마친 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차를 돌려 이 보좌관의 시신이 안치돼 있던 홍천아산병원을 찾았다. 한 측근은 박 후보가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30여 분 동안 병원에 머문 후 서울로 돌아왔다. 이 보좌관의 시신과 일부 부상자도 서울로 옮겨졌다.

박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오후 9시 45분 트위터에 “15년 동안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준 이춘상 보좌관!!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게 되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 깨끗하고 맑은 영혼이 하늘에서 축복을 누리기를 바라며 그 영전에 그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채널A 영상] 박근혜, 15년 측근 잃고 통곡의 눈물

홍천=이인모·고성호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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