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진보측도 “李 발언 정상적이지 않아… 정치 불신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 ‘이정희 독설 쇼’ 비판 여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독설 쇼’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TV토론에서 자신의 정책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대선후보 자격이 있느냐”는 글이 줄을 이었다. 카카오톡에선 ‘김정은 로봇’이란 원색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토론 한 줄 평가. 나(이정희)는 잃을 게 없다. 나(박근혜)는 읽을 게 없다. 나(문재인)는 낄 데가 없다”는 말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이 후보는 ‘결국 사퇴할 거면서 TV토론에 왜 나왔느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면서도 대선 완주에 대해선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아 2, 3차 TV토론에서 박 후보를 맘껏 공격한 뒤 막판에 사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다만 문 후보가 ‘야권연대 합의’라는 사퇴 명분을 주지 않아 이 후보는 사퇴 여부 및 방식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민주 한목소리 비판

박 후보 캠프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후보가 토론회의 격을 떨어뜨렸다”며 “시종일관 예의 없고 독설과 인신공격으로 통진당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성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원색적인 비난과 저질스러운 말을 했다”고 성토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의 토론 방식에 대해 많은 국민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밥상을 걷어차 버렸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캠프는 2차 TV토론(10일)에 대비해 ‘이정희 돌발변수’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정의당 유시민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박 후보를 면박 줬다고 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박근혜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말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진보정의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확실히 자기 몫을 챙겼지만 문 후보는 발언 기회를 빼앗겼다”며 “보수층을 자극한 반면 부동층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통진당은 “박 후보가 자격 미달 후보임을 여실히 드러낸 토론회였다”며 세간의 비판을 일축했다. 통진당은 이날 공식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를 ‘떡실신’ 시켰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재하면서 2, 3차 TV토론을 예고하기도 했다.

○ 트윗 수 ‘남쪽 정부’ 1위

한편 트위터는 SNS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TV토론 당시의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대선 관련 트윗 수는 약 84만 건에 이르렀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약 45만 건)과 박 후보의 단독 TV토론이 열린 지난달 26일(약 47만 건)보다 배 가까이 많다.

분당 트윗 수로는 이 후보가 한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표현한 데 대한 트윗이 가장 많았다. 이 트윗은 토론 막바지인 오후 9시 49분에 급증해 1분 동안 약 4300건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전체 TV토론 관련 트윗의 이슈 키워드 점유율은 박 후보(25%)와 이 후보(24%)가 1, 2위였다. 이슈 키워드란 트윗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로, 관심도를 반영한다. 문 후보의 이슈 키워드 점유율은 12%로 ‘존재감이 없었다’는 일각의 비판을 뒷받침했다.

손영일·김상훈 기자 scud2007@donga.com
#이정희#독설쇼#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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