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검사 피해女 사진, 검찰내 24명 열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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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사 10명 - 수사관 14명 정부전산망 조회”
상당수 수사와 관련없어… 외부 유출 가능성 조사

조사 도중 검사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피의자 A 씨(43·여)의 얼굴 사진을 검사와 검찰수사관 24명이 정부 전산망을 통해 열람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경찰은 사진 열람자 중에서 사진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사진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의 사진은 최근 인터넷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어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진 유포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열람자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이 사진을 열람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데 이들 24명 중 상당수는 이번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사정당국 관계자와 서초서 등에 따르면 유출된 사진은 A 씨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서 각각 얼굴 부분을 떼 나란히 붙인 것으로 주민등록증 사진은 고교 시절, 운전면허증 사진은 최근에 찍은 것이다. 특정인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열람하려면 정부 전산망인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E-CRIS)에 접속해야만 가능한데 여기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곳은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 2곳뿐이다.

경찰은 전모 검사(30)가 A 씨와 처음 성관계를 맺은 지난달 10일부터 A 씨 고소가 접수된 28일까지 해당 전산망에 접속해 A 씨 사진을 열람한 사람이 검사 10명, 검찰수사관 14명 등 총 24명인 것으로 확인하고 그 명단을 확보했다. 이 밖에 경찰관 2명이 전산망에 접속했지만 이들은 A 씨의 대형마트 절도사건 수사 담당이었으며 사진 열람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전산망이어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열람이 가능하다”며 “열람자의 실명과 접속 시간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누군가가 A 씨의 얼굴사진을 파일로 만들어 휴대전화로 옮긴 뒤 내부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 24명에게 최근 출석요구를 했다.
▼ 주민증-면허증 사진 유출… 수사기관만 열람할수 있어 ▼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나 수사기관 종사자 등으로 범위가 좁혀진다”며 “사진 유포자가 A 씨 가족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니홈피나 졸업앨범 사진을 올리는 통상적인 신상 털기 방식이 아니라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의 얼굴 사진을 정교하게 편집한 것으로 보아 접근 권한을 가진 이의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사진 유포 진원지가 만약 수사기관으로 밝혀질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전 검사의 성추문은 개인 비리로 마무리되고 있지만 피해 여성의 사진 유출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유포자가 검찰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도 검찰의 신뢰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검경은 수사 목적으로만 해당 전산망에서 얼굴사진 등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엔 열람자 대다수가 수사와 관련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A 씨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A 씨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자녀와 함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사진 유포자가 확인되면 누가 됐든 즉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 씨 사진 유출 사태는 검경 갈등의 새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사진을 열람한 검찰 직원 가운데 외부 유포자를 가려내려면 검찰 내부 전산망과 해당 검사의 각종 통신기록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장 청구 등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의 자료 협조 요청을 거부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할 경우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서도 검경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 서버가 경찰청에 있어 검찰에 허락을 구하는 절차 없이 A 씨 사진 열람자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유포자 수사를 위해 검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지 신중히 판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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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성검사#피해녀#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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