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文, 安자택 찾아갔지만 만남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安측 “집에 없다” 돌려보내… “지원 압박에 불쾌감” 관측도

安측 브리핑 취소 안철수 전 대선후보 측 한형민 공보실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취재진들에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브리핑의 취소를 통보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安측 브리핑 취소 안철수 전 대선후보 측 한형민 공보실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취재진들에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브리핑의 취소를 통보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안철수 전 후보 자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자택 근처에 와서야 안 전 후보의 측근에게 전화로 방문 사실을 통보했을 만큼 ‘깜짝 만남’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것이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만나겠다는 요청에 어떻게 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전 후보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고만 했지만 안 전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일방적인 방문이 썩 내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친구 집에 갈 때도 미리 전화해 시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상식이다. ‘내가 왔으니 보자’는 건 안 전 후보를 퇴로 없이 모는 압박”이라며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섭섭함을 무릅쓰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하는 상황에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반경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를 떠난 뒤 오전 11시경 국회 의원회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002년 대선 전날 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지지 철회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의 집을 찾아가 회동을 요구했지만 문전박대당한 장면과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 안 전 후보 측에선 ‘문 후보가 그런 장면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안 전 후보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문 후보가 몸을 낮추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 참모들 “文지원 서둘러야”… 安 결심 못한 듯 ▼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안 전 후보의 집으로 향하기 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회의에서 “안 전 후보가 다시 한 번 (나에 대한) 지지 표명을 했고,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성원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상실감이나 허탈감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 발언이 안 전 후보 측이 요구하는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을 달랠’ 성의 표시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안 전 후보의 집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문-안 회동 성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용 발언인 셈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측은 단일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문 후보가 보이기로 한 새 정치에 대한 비전과 철저한 민주당 쇄신 같은 실질적 모습 대신 문 후보가 ‘홍보용 장면’을 보인 것에 대해 안 전 후보가 화가 났다고 본다. 이것이 이날 하려고 했던 ‘문 후보 지원방식 발표’의 취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날 안 전 후보 측이 문 후보 지원방식 발표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한 상황을 볼 때 캠프 내에 문 후보 지원 시기와 수위를 두고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 대변인은 ‘캠프 내에 이견이 있나’라는 질문에 “여러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캠프 실장급 인사 상당수는 최대한 빨리 문 후보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안 전 후보와 캠프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는 얘기도 많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들은 “오후에 지원방식이 결정될 것”이라며 브리핑 준비에 바빴다. 안 전 후보와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핵심 측근들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문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캠프에선 “문 후보 측의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이런 식으로 늦춰지면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민주당 출신 인사들 사이에 ‘빨리 적극적으로 돕자’는 의견이 강하다.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참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으니 이제 결정할 시점”이라고 했다. 안 전 후보가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모호한 태도로 결정을 늦추는 리더십의 한계 탓에 캠프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안 전 후보 측이 애초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 지원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려 한 것은 문 후보에 대한 안 전 후보의 불편한 심기와 이에 동의하는 캠프 일각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후 1시 반경 브리핑 연기가 결정됐다. 한 관계자는 “박선숙, 송호창 전 공동선대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 등이 안 전 후보에게 지원 시점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뒤 안 전 후보의 결심을 기다려 지원 방식을 발표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안 전 후보의 결심이 서지 못해 이날 모든 브리핑이 취소됐다. 문 후보 지원에 부정적인 기류가 다시 힘을 얻은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오전의 ‘문-안 만남 불발’과 ‘문 후보의 이날 대학 유세에 안 전 후보가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민주당 측에서 흘러나와 보도된 데 대한 불신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 지원에 안 전 후보의 결단만 남은 것이냐’고 묻자 “(안 전 후보가) 오늘의 보도와 연동돼 (지원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큰 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 이르면 6일 지원방식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문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건 안 전 후보뿐 아니라 캠프 내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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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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