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6일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들고 나왔다. 안철수 전 후보가 제안했던 정원 축소에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안철수 부동층’ 흡수를 위한 대선용 정치쇄신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불과 10개월 전인 2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의원 정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바 있다.
문 후보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경쟁이라도 하듯 거의 동시에 정원 감축을 언급했다. 문 후보는 범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의원정수 축소 조정을 새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해 의견을 모아주면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단일화 TV토론에서 ‘정수 조정’ 문제를 놓고 안 전 후보와 감정싸움까지 벌였던 문 후보가 갑자기 한발 물러난 것으로 안 전 후보의 적극적 지원유세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감축 제안을 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정치쇄신 실천을 위한 원내대표단 및 당 정치쇄신특위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여야 합의로 합리적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쇄신 이미지를 선점해 정수 축소를 처음 제안했던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인 중도·무당파의 표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마침 안 전 후보도 관심이 많은 것 같고 국민이 상당히 요구하고 있어 정치쇄신을 국민 눈높이에서 한다는 원칙 아래 적극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그동안 안 전 후보의 정수 축소 제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10월 말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전략이며 국민의 정치적 불신에 편승한 안”이라고 평가 절하했고,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실효성이 없는 비현실적 사고에 젖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 후보도 정수 축소가 아닌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주장해 왔다.
일단 여야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당분간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장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의원 정수 축소조정 문제는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확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임시국회를 열어 “투표시간 연장과 반값 등록금법, 유통산업발전법, 최저임금법, 세종시특별법, 청주시특별법 5대 긴급민생입법도 함께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이에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통과와 동시에 일명 ‘택시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고,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에서 밤 12시로 변경하는 것을 민주당이 수용하면 처리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역구 축소와 비례대표 확대 반대’가 기본 생각인데 민주당이 벌써부터 비례대표 확대를 들고 나오고 있다”며 “대선 전에는 여야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것이 예상되는 여야 의원들의 거센 항의도 예상된다. 다만 여야 모두 국회 정치쇄신특위 상설화와 의원세비 30% 삭감에는 동의하고 있어 대선 전후에 관련 법안이 전격 처리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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