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매니페스토 정책검증]경제 민주화 “朴은 시장충격 완화 - 文은 경제약자 보호 두드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경제 분야


경제 분야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이념적 좌표는 다른 분야에 비해 확연히 갈린다. 경제 정책에서 두 후보 간 이념적 좌표 사이의 거리는 7점 척도(±3점)에서 평균 3.0으로 교육·사회(2.7), 복지, 정치(이상 2.5)에 비해 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박 후보는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꺼내 든 뒤 시장경제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시장 친화, 민주당은 정부 개입을 선호하는 근본적인 노선 차이는 분명했다. 이번 대선 초반의 주요 어젠다 가운데 하나였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서 이 같은 차이가 잘 드러난다.

박 후보는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규제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소유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재벌들이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등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에 대해 “대기업의 현실을 감안해주는 정책”이라면서도 “실현 가능한 수단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대기업 금융·보험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현행 15%에서 최종 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꼽았다.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집행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경제적 약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수단을 제시했다”고 그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경제는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단 적합성에 낮은 점수를 줬다. 이영환 계명대 교수는 “재벌의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 나가겠다고 밝혔으면서도 구체적 방안에는 재벌을 해체하는 정책이 다수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해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는 두 후보 모두 부정적이었다. 박 후보는 “공적자금은 최후수단”이라는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의 하나인 지분매각제를 예로 들어 “은행과 투자자의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두 후보 모두 가계부채 해법을 강조했지만 방점은 달랐다. 박 후보는 18조 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사후 구제책’에, 문 후보는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을 개정하는 ‘사전 예방책’에 무게를 뒀다.

박 후보는 기금 조성에 대해 “신용회복기금 등의 재원으로 채권을 발행해 정부의 직접 재정투입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문교수단은 “정부가 채권 발행을 위해 보증을 서면 재정 부담이 국가로 이전된다”고 지적했다. 또 문 후보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에 대해 박 후보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에 대해 “노동 신축성과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문 후보에 대해 “기업의 일자리 수요 증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각각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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