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6일 “정권교체는 새 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 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제 힘을 보태겠다”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지원을 선언하면서 대통령선거가 사상 유례 없는 보수우파연합 대 진보좌파연합의 맞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이인제 전 대표가 이끌던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을 성사시킨 데 이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층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지지를 차례로 이끌어내며 ‘보수우파연합’을 완성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보수진영 대선후보가 1명만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측은 6일 오전 진보정의당과 재야 명망가, 시민사회세력을 망라한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구성하고 오후엔 안 전 후보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진보좌파연합’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대선 정국은 다시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는 문 후보를 3.3∼7.6%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6일 문 후보와 만난 직후 “오늘이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제 지지자들도 함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 만큼 안 전 후보 사퇴 후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던 부동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후보는 당장 7일 부산에서 첫 지원유세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 민주당도 부산에서 소속 국회의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집중유세를 벌인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만날 것이며, (민주당) 유세차량에 올라가거나 연설을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PK)은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고향인 동시에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13일 남겨 놓고 있어 안 전 후보의 ‘지각 구원등판’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진보좌파 빅 텐트’에서 빠져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막판 사퇴 여부도 변수다.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선언에 대해 “구걸정치, 야합정치”라고 비판했다.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문재인의 ‘운명’이 ‘안철수의 생각’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촌평했다. 두 사람의 저서 제목을 따서 안 전 후보에게 의존하는 문 후보의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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