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박근혜 vs 문재인 경제공약 심층점검<3>복지재원 마련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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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0일 03시 00분


朴 “비과세-감면 축소”… 文 “소득-법인세 인상”


무상보육부터 노인연금까지, 이번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은 사실상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가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규모에선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면 무상보육 △건강보험 보장 비율 확대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 내용만 보면 보수-진보 간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양쪽 모두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재원(財源)을 어떻게 마련할지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세출(稅出) 구조조정과 비과세 및 감면 축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부자 증세(增稅)’로 대표되는 소득세 법인세 인상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대책으로 복지공약들을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현재 복지제도로도 정부 지출이 매년 10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를 큰 폭으로 확대하며 세금 관련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솔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0∼5세 무상보육 및 양육수당 지급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실질적 무상지원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 난치병) 100% 건강보험 보장 등을 주요 복지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가 내놓은 ‘나라살림 가계부(공약 수입·지출표)’에 따르면 5년간 이들 공약을 이행하는 데 들어갈 예산은 총 97조5900억 원에 달한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지만, 박 후보는 “증세는 정말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세 부담을 높이는 데 반대했다. 대신 비과세 및 감면을 법에 규정돼 있는 일몰시한에 맞춰 폐지하고 △복지 지출 효율화 △탈세 및 체납 강력 대응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는 이런 세출 절감과 세입(稅入) 확대로 총 135조 원의 복지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문 후보는 8일 발표한 공약집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 119’를 통해 최대 192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무상보육은 물론이고 12세 미만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대학 반값등록금 실시 △1인당 연 100만 원 의료비 상한제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 2배 인상 등을 공약했다.

문 후보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부자 감세 철폐 및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를 복지재원 마련의 핵심 대책으로 내놨다. 현재 과세표준 3억 원 초과에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을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고 이명박 정부 들어 22%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약 197조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면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게 문 후보의 주장이다.
○ 경제 전문가들 “재원 마련 대책 현실성 없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증세는 이번 대선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부유세 신설, 부가가치세 인상 검토 논의까지 있었지만 박 후보가 “어려운 시절에 국민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증세 공약은 사실상 사라졌다.

민주당은 부자 증세에 적극적인 견해를 펴 오고 있지만 단일화 파트너인 안철수 전 후보가 내놨던 ‘보편적 증세론’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표가 아쉬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세금 인상처럼 인기 없는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증세 논란이 사그라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내놓은 재원 마련 대책 정도로는 복지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공약은 타깃과 소요 예산이 뚜렷한 반면, 재원 마련 대책은 추상적인 데다 현실성마저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씀씀이를 줄이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출 구조조정은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 모두 내세웠던 정책목표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매년 구조조정을 그렇게 열심히 추진하지만 정치권 압박, 대통령의 정책의지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출 삭감 폭은 전체 예산의 1% 안팎”이라고 털어놨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증세 없이 지출을 아끼는 것만으로 정부를 운영한다는 건 결국 과거 정부와 비슷하게 가겠다는 뜻”이라며 “막상 집권을 해도 지출 절감을 실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출 규모가 박 후보 측보다 큰 문 후보의 복지정책을 놓고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부자 증세로 거둘 수 있는 세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낮출 경우 연평균 1조2000억 원,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연간 2조8000억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현실화된다 해도 확보 가능한 재원은 5년간 20조 원에 불과하다.

최근 문 후보 캠프 측은 “이명박 정부 5년간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가 100조 원”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원상복구하면 복지재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 당국자는 “5년간 세수 감소 효과는 100조 원이 아니라 63조8000억 원이며 이 중 32조 원은 중소기업, 서민에 혜택이 집중됐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상위 1% 대기업이 약 86%의 법인세를, 상위 10% 고소득층이 근로소득세의 68%를 부담하는 마당에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겨냥한 증세는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가 불러왔던 ‘편 가르기 논란’을 재연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는 “소득 상위계층에 지나치게 세수를 의존할 경우 성장률이 떨어질 때 세입이 부족해 재정에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밝힌 비과세 및 감면 폐지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감면액 29조7633억 원 중 중소기업, 서민, 농어민 등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7조1169억 원(60%). 대기업 및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40%는 대부분 고용창출 및 연구개발에 따른 세액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이라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대부분의 비과세 및 감면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들이 많다”며 “역대 정부 모두 실현하지 못한 정책을 차기 정부가 과연 결단력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박근혜#문재인#경제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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