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코스닥 상장업체 ‘포휴먼’이 상장폐지되자 주식투자자들은 발칵 뒤집혔다.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불소 저감장치를 개발하던 이 회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했던 녹색성장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업체였다. 하지만 정책 테마주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동안 이 회사에는 수백억 원의 손실이 쌓였다. 결국 4만4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졸지에 1005원까지 떨어졌고 개인투자자들은 5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안았다.
최근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이에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관련된 ‘정책 테마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테마주’ 투자 과열 현상이 개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대신증권과 함께 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 부각됐던 정책 테마주들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정권 중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반복되는 정책 테마주의 몰락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녹색기술,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산업 등 3개 분야 17개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해 3년간 37조 원을 들여 집중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정권 말기인 현재 이들 산업 중 절반가량은 증시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산업의 대표주 가운데 8개는 2008년보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현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집중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인 태양광산업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지난달 말 국내 2, 3위 태양광 핵심소재 업체인 한국실리콘과 웅진폴리실리콘이 부도 처리됐으며 4위 업체인 KCC폴리실리콘은 1년째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초 최고 64만 원까지 올랐던 태양광 대표주 OCI 주가는 최근 15만 원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육성해 온 다른 녹색성장 관련 산업이나 로봇응용 산업, 정보기술(IT)융합시스템, 차세대 무선통신 등도 상당수 부진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첨단 그린도시 분야의 대표주인 이건창호와 에스에너지의 주가는 정권 출범 당시였던 2008년 2월의 절반 수준으로 꺾였으며 방송통신융합 산업의 대표주였던 SK브로드밴드도 반짝 인기를 이어가다 결국 주가가 60%가량 하락했다.
박승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집중 육성한 녹색성장, 첨단융합, 유비쿼터스 산업은 정권 초에는 신선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미 과거 트렌드가 돼 구조적으로 성과를 올리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 정권의 실적 욕심이 피해 키워
정부의 집중 육성으로 조명을 받았던 정책 테마주의 몰락은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문화기술(CT), 환경기술(ET), 항공우주기술(ST) 등과 함께 미래성장산업으로 지정하며 수조 원을 들여 육성했던 생명기술(BT) 관련 업체들은 2005년 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폭락했다. 대표적 바이오주였던 메디포스트 주가는 2005년 초까지 8만 원에 육박했지만 노무현 정부 후반인 2007년 말에는 2만 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의 돌파구로 삼아 육성한 IT벤처기업으로 IT테마주들 역시 1999년 2, 3개월 만에 수십 배씩 주가가 뛰었으나 2000년 들어 세계적인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수 업체가 도산했다.
이처럼 정책 테마주들의 몰락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가 육성한 산업들이 정권 중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당초의 장밋빛 청사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집중 지원하면서 과열을 부추기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까지 수혜를 입어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이를 악용해 실적 전망을 부풀리는 등 테마주 형성을 주도하면서 결국 개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정권 초기 주가가 올라간 기업들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능력을 과대 포장해 피해를 키우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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