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TV토론]도덕적 해이 지적에도 앞다퉈 “가계빚 탕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10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3명의 후보들은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의 문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공을 들였지만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활력을 회복시킬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명색이 경제 토론인데도 ‘유럽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등 세계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는 데 꼭 필요한 키워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후보들은 2차 토론에서도 일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해서 상대방을 공박하기도 했다.

○ 미래성장의 구체적 비전 부족

이날 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기침체 장기화 대책을 묻는 공통질문에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로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중산층을 70%로 늘리고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소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성장만 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던 시대는 지났다. 일자리가 성장을 이끄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또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진 이유를 “세계적 경기 탓도 있지만, 우리의 시장경제가 공정하지 못하고 병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토론에서 세 후보는 성장동력을 어떤 방법으로 창출할지, 일자리로 어떻게 성장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

포퓰리즘 논란이 있는 공약의 부작용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방안으로 이날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원금 탕감’은 모럴해저드를 유발하고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 대책이다.

○ ‘유리한 통계만 갖고 공격’ 여전

대외 경제상황이나 다른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끄집어내 강조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논리 전개도 많았다.

문 후보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현 정부 들어 11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며 박 후보를 공격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11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다. 문 후보는 이 순위가 올해 19위로 다시 상승한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또 WEF 조사결과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29위에서 올해 22위로 오히려 순위가 올랐다.

이 후보는 이날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32%까지 떨어져 멕시코를 빼면 우리가 가장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5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하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양극화 문제가 유난히 심했다고 문 후보를 공격했지만 이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지니계수만 놓고 보면 현 정부가 소득불균형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계소득 증감률을 보면 현 정부에서 고소득 가구는 소득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 가구는 줄어 분배구조가 나빠진 것으로 나온다.

유재동·이상훈 기자 jarrett@donga.com
#대선#가계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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