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사가 모든 피의자 직접 조사 안해도 된다”… 수사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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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검사의 직접조사’ 원칙… 대검, 탄력 운용 지시

김진태 차장 검사(사진)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검찰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던 ‘검사 직접조사’ 원칙을 사실상 폐기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사 직접조사란 ‘피의자는 반드시, 중요 참고인은 가급적 검사가 조사하라’는 것으로, 한상대 전 총장이 취임 직후 지시해 시행돼 왔다.

김 차장은 11일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전국의 검사장에게 드리는 글’에서 “검사 직접조사의 기본 취지는 살리되 각 청의 사정에 따라 합리적, 탄력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김 차장은 “사건 처리의 적정성도 중요하지만 신속성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검사와 검찰수사관이 합심해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업무 부담을 완화해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불만을 줄이려는 조치지만 ‘법 원칙에 따른 조사’에서 후퇴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직접조사 지시가 내려온 뒤 일선지검 형사부 검사들은 “업무량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검사 1명당 매달 200여 건의 사건이 배당되는데 검사가 직접 조사하면 하루에 3건 이상의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관과 함께 하루 6, 7건을 조사하던 기존 방식보다 수사속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3개월 이상 장기 미제(未濟)사건은 계속 쌓여갔다. 지난달 형사부 검사들이 가장 먼저 한 전 총장 사퇴를 요구한 것도 이런 불만과 맥이 닿아 있다. 한 전 총장 취임 이전까지는 단순한 사건의 피의자나 중요 참고인은 검사가 주요 질문만 한 뒤 검찰수사관이 나머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법원 판례도 이런 방식을 합법적이라고 인정해 왔다.

하지만 김 차장의 이번 조치에 대해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법 원칙’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의 최종 관문인 검사가 직접 사건을 처리해야 공정성을 높이고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차장은 특별수사부 등의 인지(認知)수사에 대해 “필요불가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상황과 시기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그 여력을 형사사건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부 검사들도 당분간 인지수사에 나서지 말고 형사사건 처리를 맡으라는 뜻이다.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검찰의 현 상황과 대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차장은 대검 중수부에 파견된 특수통 검사들도 일선 지검으로 내려 보내 형사사건 처리를 맡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진태#검사#직접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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