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실험 쇼크]“수심 80m 잔해에 밧줄 묶어라” 잠수요원 20여명 7시간 사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 北미사일 잔해 인양 과정

北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 잔해 인양
북한이 12일 기습적으로 쏴 올린 장거리 로켓의 잔해를 포착해 14일 새벽 성공적으로 인양하기까지 군 당국의 작전은 한 편의 영화처럼 치밀하고 빈틈없이 진행됐다.

특히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잠수요원들은 80여 m 깊이의 컴컴하고 얼음장 같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로켓 잔해에 인양 케이블을 연결하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수했다.

북한 로켓 잔해의 낙하지점이 최초로 포착된 시각은 12일 오전 9시 58분경. 서해상에서 대기하던 해군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의 SPY-1D(V5) 레이더 화면에 북한이 쏴 올린 로켓의 1단 추진체가 4조각으로 쪼개져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이 초 단위로 나타났다.

최종 낙하지점은 변산반도 서쪽 160km 해상. 곧바로 세종대왕함의 갑판에서 링스 대잠헬기가 떠올랐고, 인근 해상의 최영함(구축함)도 낙하지점으로 급파돼 바다에 떠 있는 잔해를 발견했다. 1단 추진체의 산화제 탱크로 추정되는 잔해의 동체엔 ‘은하’라는 푸른 글씨가 선명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장거리로켓 은하3호의 실물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최영함에서 출동한 고속단정(RIB)이 잔해로 접근해 위치확인 부표가 설치된 밧줄을 걸었지만 잔해는 얼마 뒤 바닷속으로 침수했다. 13일 0시경 해군 소해함 3, 4척이 현장에 도착해 인근 해저를 샅샅이 뒤지다 수심 80m 바닥의 펄 속에 가라앉은 잔해를 확인했다. 소해함의 ‘사이드스캔 소나(음향탐지기)’는 수중의 금속물 위치를 정확히 탐지할 수 있다.

13일 오후 4시경 구조함인 청해진함과 심해잠수사 20여 명이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돌입했다. 청해진함의 감압 체임버에서 수심 80m 잠수를 위한 압력 적응을 끝내고 낮은 수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잠수복을 착용한 잠수사들이 해저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칠흑 같은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로켓 잔해 근처에 다다르자 잠수사들은 밖으로 나와 수중 조명을 켠 채 2cm 굵기의 고(高)장력 밧줄을 잔해에 매는 작업에 나섰다. 강한 조류와 파도 때문에 한때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SSU 대원들은 3, 4명씩 교대로 투입돼 작업 개시 7시간 만에 잔해에 인양 밧줄을 결박하는 작업을 끝냈다.

이어 청해진함의 대형 크레인이 1시간 26분간에 걸쳐 잔해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손에 땀을 쥔 인양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지체하면 조류가 더 세져 잔해에 연결한 밧줄이 풀릴 수 있고, 공해상에 떨어진 북한의 로켓 잔해에 주변국도 눈독을 들이는 터라 최대한 빨리 건져 올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양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 해역에선 해군 구축함 등 지원 전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 작전을 펼쳤다.

군 당국자는 “잔해가 인양된 해역에서 1단 추진체의 엔진 등 북한 로켓의 핵심 부품을 수색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미사일#잔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