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개발자인 비즈 스톤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내면의 선(善)을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인 것 같다. 각 진영이 사활을 건 대선판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이다. 온갖 흑색선전과 허위사실, 비방, 욕설이 SNS를 타고 초단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묻지 마 식 저질 선거전’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초단위로 확산되는 ‘단타성 마타도어’
SNS의 발달은 네거티브전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올해 대선에서 유독 ‘깜도 안 되는’ 흑색선전과 비방이 넘쳐나는 것은 SNS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라는 얘기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나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은 주로 정당에서 관련자나 제보자를 앞세워 브리핑을 하면서 이슈화됐다.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다르다. 각 후보의 ‘굿판’ 의혹이나 종교단체와의 관련설, 여론조사 조작설 등은 밑도 끝도 없이 터져 나온다. 흑색선전 유포자들은 ‘개방과 공유’의 상징인 SNS를 ‘익명성 뒤에 숨기’와 ‘무차별 살포’라는 범죄 도구로 활용하는 셈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SNS 등 개인이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기존 언론이 다룰 수 없는 음모성 뉴스가 마구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거짓 정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이 이를 추천하는 형태로 계속 퍼 나를 수 있는 SNS의 구조도 흑색선전이 서식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초 단위로, 전 방위로 거짓 정보가 유통되면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기도 어렵고 유통의 흐름을 끊어내기도 쉽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면서 흑색선전의 유혹도 커지고 있다. 상대 후보의 표를 단 몇 표라도 까먹을 수 있다면 반나절 만에 확인될 거짓 정보라도 유통시키고 보자는 심리가 양 진영의 극렬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정책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단타성 마타도어’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현재 SNS상에서 유통되는 허위사실과 비방 내용이 담긴 글 4260건을 삭제했다.
○ 저비용 온라인 선거운동의 역설
지난해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온라인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선관위는 올해 1월부터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했다. 헌재나 선관위는 온라인 선거운동이 활성화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됨은 물론이고 선거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온라인 선거전은 철저한 조직선거다. 각 정당의 SNS 조직은 선거대책위원회 내 어느 기구 못지않게 덩치가 크다. 특정한 이슈를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선전 글을 퍼 나를 ‘일개미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문위원 등의 명칭으로 임명장을 남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정당의 경우 그런 일개미가 2000여 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데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 유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마타도어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며 “우리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4일 정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패착”이라고 말했다.
‘단타성 마타도어’가 지지율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양 진영이 19일 투표 당일까지 흑색선전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차별 네거티브전이 전개되면 두 후보 모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양 후보 지지층이 ‘진흙탕 싸움’에 실망해 투표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투표일까지 사실 관계를 밝히기도 어려운 마타도어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은 흑색선전으로 보고 단호하게 응징하는 유권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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