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고실세 최룡해도 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北 김정일 사후 1년… 軍요직 절반 물갈이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1년 동안 북한 당·군·정의 핵심 요직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가량은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와 매체 보도, 한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 분석한 결과 당·군·정의 요직 195개 중 60개(30.8%)는 인물이 교체(신설, 추가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전문가는 16일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 남한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요직 중 절반가량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은 통일부의 ‘북한 권력기구도’와 ‘북한 주요 기관·단체 인명록’을 근거로 △노동당에선 제1비서,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 중앙군사위 위원 이상, 비서, 전문부서장, 도당 책임비서 △군부에서는 최고사령관, 국방위원 이상,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부·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안부 부책임자 이상 △국가기관(정)에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의장·부의장·전문위원장, 내각 장관급 이상, 도 인민위원장으로 정했다.

분야별로 보면 가장 큰 변화가 벌어진 곳은 군이었다. 30개 요직 가운데 13개(43.3%)가 교체됐다. 수뇌부인 최고사령관(김정일→김정은), 총정치국장(공석→최룡해), 총참모장(이영호→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김영춘→김정각→김격식)이 모두 바뀌면서 1년 내내 요동쳤다. 최근 손철주가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노광철이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임명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일선 군단장 6명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명도 해군사령관도 교체설이 돌고 있다.

더욱이 1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정일 1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체제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룡해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앞서 현영철(차수→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최부일 부총참모장(대장→상장)도 계급이 강등됐다. 반면 김격식은 대장으로 복권됐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 핵심 인사들의 직책을 바꾸고 계급을 흔들면서 ‘김정은의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는 91개 요직 가운데 27개(29.7%)가 교체됐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당 비서, 고모부인 장성택이 정치국 위원,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 및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차지하면서 당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에서는 74개 자리 가운데 20개(27.0%)가 바뀌었다.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반면 내각에선 부총리 4명이 교체 또는 추가됐고, 장관에 해당하는 내각의 상(相)과 위원장 10명이 교체됐다. 장성택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도 신설됐다.

김정은 체제 1년 동안 장성택과 김경희, 최룡해가 급부상했다는 점에는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또 올해 당 정치국 위원·당 중앙군사위원·국방위원회 위원·인민보안부장을 맡은 이명수(공안), 당 정치국 후보위원·비서·계획재정부장·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차지한 곽범기(경제)도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김정은의 남자’로 불렸던 이영호 전 총참모장은 숙청됐고, 김영춘 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박명철 체육상 등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친인척과 측근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택동·조숭호 기자 will71@donga.com
#김정일#추모대회#최룡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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