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한이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하면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갖추게 됐다.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미국 본토 침략을 다룬 대중문화콘텐츠들이 화제다. 북한은 세계 대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北, 세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
최근 세계인의 눈길을 끈 북한 관련 영화는 지난달 22일 미국에서 개봉된 '레드 던(붉은 새벽)'. 이 영화에서 북한은 미국 워싱턴 주(워싱턴 DC 아님)를 불바다로 만들고 점령해버린다. 이후 미국 10대들이 북한군을 물리친다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개봉 첫 주말 146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게임 '홈프런트'가 인기다. 2024년 북한이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시킨 뒤 미국을 침공한다는 내용이다. 게임 내내 북한군이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북한군 좀비'와 싸우는 게임('인스팅트')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북한은 대부분 '공공의 적'으로 표현된다. '사우스파크', '팀 아메리카: 월드 폴리스'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외친다.
이처럼 북한을 악으로 다루는 경향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007 어나더데이'(2002년) '스텔스'(2005년), '에너미 라인스2(2006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에는 북한군 악당만 등장할 뿐 북한이 타국을 침략하는 내용은 없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핵 공격 능력이 부각되면서 영화, 게임 속에서 북한이 잠재적 위험이 아닌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바뀌고 있는 것.
●한국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
2001년 이후 대중문화 속 '악의 축' 전담을 해오던 오사마 빈라덴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퇴조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을 '세계 최고의 악당'을 그리는 문화콘텐츠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세기 초 '서부극의 인디언'으로 대표되던 대중문화 속 '거대악(惡)'은 2차 세계대전 후엔 독일군이 도맡게 됐다. 1960¤80년대에는 냉전시대가 지속되면서 옛 소련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007' 시리즈를 봐도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나오던 이 시기의 작품 속 악당은 대부분 소련 군부다. 이어 1992년 걸프전 이후에는 사담 후세인으로 대변되는 독재자 캐릭터가 악역으로 등장했다.
2001년 9·11 테러 뒤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대중문화 속의 주적이 됐다. 2010년대 들어서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물러나고,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악역 등장 빈도에서 조금 주춤해진 분위기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내용('그린존' 2011년), 빈라덴 사살('코드네임 제로니모' 2012년) 등이 그 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북한이 '최고 악당'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북한의 공포 이미지를 끄집어내 대중문화에 활용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가 계속되는 데다 급부상중인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계가 커지면서 한국의 대기업을 '악'으로 설정하는 영화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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