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여직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를 벌여 온 경찰은 17일 여직원의 개인 컴퓨터 2대를 분석한 결과 대선과 관련한 댓글을 단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와 수서경찰서는 이날 “국정원 직원 김모 씨(28·여)가 집에 있던 11∼13일 44시간 동안 개인용 데스크톱PC와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 2대의 사용 명세를 집중 조사했다”라며 “김 씨가 컴퓨터 파일 중 일부를 삭제한 흔적을 확인했지만 혐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사적인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를 포함해 컴퓨터를 구입한 시점부터 광범위하게 조사했지만 하드디스크에서 대선과 관련한 어떤 댓글도 게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컴퓨터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ID 20여 개, 닉네임 20여 개 등이 발견됐다. 장병덕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비방 댓글을 달 때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4개의 단어와 40개의 ID·닉네임 등 90여 개를 키워드로 하드디스크상의 모든 영역을 확인했지만 대선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라며 “ID가 모두 김 씨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명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키워드로 사용한 4개의 단어는 대선후보의 이름과 별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2009년 10월부터 사용한 250GB 용량의 데스크톱PC와 올 9월부터 사용한 320GB 용량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수사용 전문프로그램인 ‘인케이스(Encase)’를 이용해 하드디스크의 비할당 영역까지 분석했다. 비할당 영역은 현재 파일이 할당되지 않은 공간으로, 다른 파일에 의해 덮어씌워지지 않아 예전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김 씨의 노트북 접속 기록은 31만 건, 데스크톱은 1100건으로 경찰은 이를 모두 전수조사해서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2대의 PC만 조사했을 뿐, IP를 역추적하고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회사의 협조를 구하지 않아 미완(未完)의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도 이날 발표를 중간수사 결과라고 규정했다. 만약 김 씨가 제3의 컴퓨터를 이용해 댓글을 달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글을 삭제하도록 했다면 경찰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경찰에 김 씨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제3의 장소에서 작업했을 가능성을 확인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김 씨의 컴퓨터에서 비방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16일 오후 11시 갑자기 발표한 것에 대해 경찰은 “신속히 조사해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등은 경찰의 전격 발표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한다는 원칙을 갖고 수사했다”라며 “정반대 결과가 나왔더라도 발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도 “결과가 밤에 나왔는데 경찰이 밤새 이 결과를 가지고 있으면 온갖 다른 억측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어서 결과가 나오는 즉시 발표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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