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통령 선거일을 8일 앞두고 제기한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진실이 완전히 규명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경찰 스스로도 수사가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니라며 ‘중간 수사 결과’라고 단서를 달고 있다. 민주당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수사의 중간 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은 “국가기관의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한다.
①포털 서버는 조사하지 않아=경찰 수사의 완결성을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김모 씨의 인터넷주소(IP)를 역추적해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홈페이지의 로그 기록을 조사하지 않고 하드디스크 내부 기록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인터넷 임시 파일은 새로 접속할 때마다 갱신돼 가장 최근에 방문한 페이지만 저장된다. 즉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지 않은 댓글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민주통합당 당원들의 대치가 시작된 11일 오후 7시경부터 13일 오후 3시경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나올 때까지 집에 혼자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의해 사실상 감금된 상태였지만 오히려 민주당은 이 시간 동안 김 씨가 문제의 기록들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같은 기간 김 씨의 인터넷 임시 파일 등 접속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삭제된 기록이 있지만 맛집 블로거 홈페이지 접속 등 사건과 관련 없는 개인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기록에 대한 수사는 IP 역추적과 ID 조회 등을 통해 포털사이트나 홈페이지 운영 회사에 남아 있는 정보도 조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도 17일 브리핑에서 “하드디스크에 모든 기록이 남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지 않은 댓글이 있었을 가능성을 100% 배제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하드디스크에서 기록을 지워도 전문가들이 모두 복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완전 삭제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하드디스크 복원을 불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하드디스크 조사만으로는 모든 기록을 복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김 씨가 완전 삭제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정 교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하드디스크 기록 위에 다시 거듭 기록을 해서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없애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인터넷 ID 20개와 닉네임 20여 개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의심을 제기한다. 하지만 국정원 측은 “(국정원 요원은) 사이버 정보 수집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일반인보다 많은 ID와 닉네임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유명 사이트 회원 가입 시 ID 중복을 피하기 위해 여러 ID를 갖는 사람이 많다.
②스마트폰 등 ‘제3의 기기’는 조사 못했다=김 씨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조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1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밝힐 때까지 김 씨가 몇 개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태블릿PC 등 다른 전자 기기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김 씨는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를 4개 가진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찰은 이 역시 제출받지 못했다. USB로 컴퓨터를 부팅했을 경우 모든 인터넷 사용 기록이 USB에 남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이를 모두 파악하기 위해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경찰로선 더이상 절차를 밟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경위야 어쨌든 김 씨가 제3의 전자 기기를 통해 댓글을 달았을 수도 있고, 타인에게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글을 작성하거나 삭제하도록 했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론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기기나 하드디스크 상태에 관계없이 김 씨의 인터넷 활동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털사이트 로그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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