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그동안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했던 교육주체 간의 갈등과 불신, 이념의 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인권조례 등 현장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는 20일 서울시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은 뒤, 시교육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대선과 함께 19일 치른 재선거에서 문 교육감은 54.17%(290만9435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37.01%(198만7534표)를 얻은 좌파의 이수호 후보를 17.16%포인트 차로 눌렀다.
과반 득표로 여유 있게 당선된 문 교육감은 취임식 내내 밝은 표정으로 “분열과 대립보다는 소통과 협력의 힘으로 서울교육의 화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과는 다른 방향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서는 “일선 학교에서 생활지도가 참 어렵다는 시각에서 고쳐 볼까 한다. (무너진) 생활지도를 복원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많은 학교를 방문해 보니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 중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를 마음대로 쓴다. 담배가 주머니에 있는 걸 뻔히 알지만 교사가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학생 지도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이 올해 초 공포한 학생인권조례가 교사 지도력을 훼손하고 교사와 학생의 갈등을 초래했다고 보고 교권 확립에 힘을 쏟겠다는 말이다. 곽 전 교육감이 의욕을 보인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학교 운영비는 2배인데 기초학력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 밖의 정책은 학교 현장을 중심에 두고 꼭 필요한 부분만 고치기로 했다. 임기가 길지 않은 만큼 급격한 변화를 시도해 혼란을 주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문 교육감의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다.
문 교육감은 “조직을 바꾸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부딪히는 구체적인 문제를 완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 과거 역사를 완전히 부정하거나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미치고 있는 영향이 부정적이라면 이를 고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의 경우 2014년까지 중학교 전체의 무상급식을 완성한다는 기존 계획을 계속 추진하되 서울시와 비용 부담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중학교 1학년 시험폐지 공약도 시범시행을 거쳐 확대할 방침이다.
문 교육감이 화합을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교육계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문 교육감이 재검토할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고 “어떠한 이유로도 뒤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서울교육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전면 무상급식, 혁신학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학교 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했다”며 “문용린 후보가 당선된 것은 ‘곽노현표’ 서울교육에 대한 서울시민과 교육계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육감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공립 일반고인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를 방문했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비해 교육 여건이 뒤떨어졌던 일반고에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지원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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