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인선 제1원칙은 전문성”… ‘내 임기중 낙하산 없다’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 “공기업 낙하산 안된다”… MB정부에 작심 경고

25일 정권 임기 말 공기업과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제동을 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이 발언을 위해 제한된 인원으로 구성된 ‘풀 기자단’과는 일문일답을 하지 않는 관례를 깼다.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발언은 삼가는 평소 스타일에 비춰 봐도 이례적이었다.

박 당선인에게는 최근 여러 통로로 정권 말 벌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현국, 박병옥, 이성환 대통령실 비서관이 KOTRA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가 됐고 유정권 경호처 관리관은 한국감정원의 감사로 선임되는 등 이달에만 청와대 인사 4명이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하반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감사로 옮겨간 정치권 인사만 10명이 넘는다. 박 당선인은 특히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이런 낙하산 인사가 더 있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발언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정권 말기마다 자기 사람을 챙기려는 낙하산 인사를 이번에는 끊어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열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도 5년 전 이맘때 고위직에 대한 인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여러 인사를 단행해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 초기 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측근들에게 이날 발언을 준비시키면서 자신의 정치쇄신공약 발표 문구도 챙겨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약 발표 당시 “부실인사가 원칙 없이,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은 반드시 근절하여 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공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인이 이날 향후 인사의 제1원칙으로 전문성을 강조한 것은 인수위원회 인선부터 바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는 “낙하산 인사도 문제지만 그 인사들이 전문성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스스로 전문성 있는 인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당선인이 선거 후 ‘자리 청탁’을 하는 인사들이 들끓기 시작하자 미리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인사들에게 자리 이외에 보답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향후 박 당선인의 숙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낙하산#대통령#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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