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권이 공기업,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계기로 ‘무늬만 공모제’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 반복돼 온 ‘낙하산·코드’인사 논란
2003년 4월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기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추천과 공정한 선발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공공기관 인사시스템 정비를 지시했다.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개혁성을 동시에 지닌 인재로 공공기관을 채우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년 내내 이념에 따른 ‘코드인사’ 논란을 빚으며 어느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낙하산 관행은 계속됐다.
정권마다 낙하산·코드 인사가 되풀이되며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 자리는 정치인 및 퇴직 관료들의 ‘노후 대비용’이라는 비판마저 나왔다. 본보가 2008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공공기관장 198명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 46%(91명), 민간 26.3%(52명), 정치권 23.2%(46명), 내부승진 4.5%(9명) 등이었다. 정부 부처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들과 새누리당 의원·당직자, 청와대 비서실 출신 등이 공공기관에 둥지를 틀었다.
○ ‘무늬만 공모제’ 개선되나
문제는 박 당선인이 공언한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다. 전문가들은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보기 좋게 치장하는 도구로 전락한 공모제를 원칙대로 운용하면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고 말한다.
역대 정권의 공공기관 인사의 실상은 ‘무늬만 공모제’라는 말로 요약된다. 권력 핵심부에서 낙점한 인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추천 및 선발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해당 기관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공모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행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크게 ‘지원자 모집→서류 및 면접 심사→3∼5배수 후보자 추천→주무부처 및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친다. 청와대가 주무부처 및 해당 기관에 배경과 관계없이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를 뽑아 올리라고 요청만 하면 현행 제도를 건드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전문성 실현’은 가능하다.
박 당선인 스스로가 ‘인사권의 유혹’을 얼마나 뿌리칠지가 전문성 확보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장을 비롯해 부기관장, 감사, 임원, 주요 협회장 등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유관기관 자리는 어림잡아 3000∼4000개에 이른다. 대형 공기업 사장을 상징적으로 전문성이 강한 인사로 공정하게 임명한다고 해도 이른바 ‘곁가지’ 인사에서 한두 번 예외가 나타날 경우 당선인이 약속한 원칙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통령이 모든 인사를 챙기는 것보다는 해당 부처가 직접 전문성 있는 인사를 발탁하거나 내부 승진 비율을 높이는 것도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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