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미 공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운용하는 글로벌호크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판매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전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이날 4대로 구성된 글로벌호크(RQ-4 블록 30형) 1세트의 장비와 부품, 훈련, 군수지원 등의 서비스를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의회에 21일 통보했다고 밝혔다.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판매계약에 적외선 전자·광학탐지 장치와 전천후 영상레이더(SAR), 지상목표물 탐지장치, 임무통제장치, 통합신호정보 및 영상정보 시스템, 통신장비, 이동표적 추적 장치 등이 포함된다. 미 의회가 판매를 승인하면 국방부는 한국 방위사업청에 구매수락서(LOA)를 보내고 방위사업청은 이를 토대로 판매조건 협상에 나선다.
의회에 통보된 12억 달러는 당초 한국 정부의 예상보다 크게 오른 액수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호크 1세트 가격을 4500여억 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해 7월 9400여억 원으로 올렸다. 이번에 추가로 3600억 원가량 올린 셈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DSCA가 의회에 판매가격의 최대치를 통보하는 게 관행이다. 실제 도입가격은 협상에 따라 많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 판매용 비행체 개조 및 성능개량 비용 등이 늘었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미국 공군의 글로벌호크 발주 물량이 줄어든 것이 생산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시간을 끌던 한국 판매계획에 갑자기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판로가 막막해진 미 군수업계를 지원하려는 계산이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다. 미 의회가 F-16C·D 전투기를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국방수권법을 지난주 말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정부 간 거래인 대외군사판매(FMS)에서 LOA에 표시된 가격이 해당 시점에 미국 정부가 예상하는 금액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불액은 물자가 인도된 뒤 정산 결과에 근거해 대금 청구서에 기재되는 금액이어서 한국 정부의 지불액이 12억 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글로벌호크 도입에는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담는 절충교역(off-set 계약)도 반영돼 있지 않다.
미국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글로벌호크 도입 자체가 무산되거나 장기 지연될 수 있다. 정부가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을 착수한 2008년에 책정한 예산은 2487억 원.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가 최초 책정 예산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사업타당성을 재조사하게 되어 있다. 군 당국은 미국의 비협조로 글로벌호크 도입이 늦어지자 유사한 성능의 팬텀아이, 글로벌옵서버 등을 대체 기종으로 검토해왔다.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는 2015년 말까지 북한 전역을 감시 정찰할 수 있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을 추진해왔다. 군이 현재 보유한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와 새매, 유인정찰기 금강·백두는 북한 후방지역까지 감시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작전반경이 3000km에 이르는 글로벌호크급 무인정찰기를 실전배치하면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전역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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