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농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해관계가 발생하면 당사자를 직접 만나야 민심과 괴리되지 않을 겁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해 12월 28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시도지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4, 5차례 요청했음에도 모두 거절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시민 290만 명을 대표하는 시장이 만나자고 사정을 해도 안 만나주는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얼마나 소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동아일보 임규진 편집국 부국장과 김정훈 채널A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박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허심탄회하게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야당 지도자들을 수시로 만난다. 지역 현안을 들으려면 단체장을 만나 점검하는 것이 좋다.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인천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인천이 유치도시로 공식 확정됐다. 조만간 임시사무국이 개소돼 하나하나 준비해나갈 것이지만 기금조성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인류가 협력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GCF는 잘 운영될 것이다.”
―GCF 유치에 대한 정부 지원은….
“GCF 유치는 중앙과 지방정부, 여야가 모범적으로 협력해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소중한 성과를 보인 모범적 사례였다. 이렇게 잡음 없이 하나로 손발이 맞았기 때문에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지금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야당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도시 중 하나다.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관문 도시이기도 하다. 안보, 외교 등 여러 분야의 경험을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인천에서) 성과를 내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위해 시장 자리를 수단화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직분에 충실하고 싶다.”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 부족해서 졌겠지만, 여야 후보가 비슷한 득표율을 보여 다행이다. 박 당선인이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지길 기대한다. 야권도 집권가능성을 갖는 48% 득표 세력이니 예비 여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의견을 수렴하되 이를 종합해서 국정에 책임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자는 정당이 어떻게 신뢰를 받을 수 있었겠나. 민주당 후보가 민주주의, 인권, 역사의식에 강점은 있었으나 안보, 국제외교, 경제분야에서 중간층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는 데 부족했다.”
―여당 대통령에 야당시장인 데 어려운 점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국회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이런 점에서 야당시장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당 마음대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정부 협력도 필요로 할 것이다. 당선인이 정치논쟁 그만두고 민생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민생의 핵심은 지방정부 아닌가.”
―인천의 청년실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아주 크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80%인데, 이는 아주 비정상적이다.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대학생을 위한 반값 등록금 지원을 공약했는데, 대학 나와 일자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기업체에선 대학 전공이 현실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 하고 있는데, 대학을 완벽히 구조조정 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을 5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고, 교수를 위해 학생을 모집하는 공급자 중심의 대학을 혁파해야 한다. 중소기업체에선 일손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고등 직업대학을 많이 만들고 정부는 이런 대학에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인천시는 기술기능인력센터를 운영하면서 기술 인재를 키우고 있으며, 실업계 특목고 출신을 우선 취업시키는 등 일자리 괴리(미스 매치)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지원 등 인천시를 위한 7대 공약을 제시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을 짓는 데 당초 2조5000억 원이 필요했는데, 7000여억 원을 줄였다. 대회를 치르고 나면 경기장 건설비 원리금으로 매년 500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인천시 예산 중 경직성 경비와 원리금을 내고 나면 가용재원으로 쓸 돈이 없어질 것이다. 일반 서민들도 결혼이나 상을 당하면 부조를 받는데, 국가 체면이 달린 국제경기를 치르는 만큼 국고 지원이 평창 겨울올림픽 수준까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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