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북한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기는 김일성 사망 이후 19년 만이다. 지난해까지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을 통해 ‘신년공동사설’을 게재해 왔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동족 대결로 초래될 것은 전쟁뿐”이라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며 대결상태 해소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남조선 집권세력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라며 남한 정부와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 재설정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개선에 초점을 맞춘 북한으로선 투자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대외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며 그중에서도 대남관계 개선이 정책목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은 장거리로켓과 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면서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자, 이것이 올해 당과 인민이 들고 나갈 투쟁구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17회 언급됐던 ‘선군’은 올해 6회로 크게 줄었다. 반면에 지난해 2회 언급에 불과했던 ‘경제강국’은 7회로, 5회 언급했던 ‘강성국가’는 12회로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핵문제나 미국에 대한 표현은 없었으며 지난해 4년 만에 등장했던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이번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신년사에 대해 “북측이 보인 화해 제스처로 생각되나 거기에 고무돼 (대북관계에) 덜컥 나설 일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들도 “북측이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재표명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외모와 몸동작을 통해 ‘할아버지의 재림’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정은이 신년사도 육성으로 해 김일성과 같은 방식을 택했다. 앞으로 김정은을 대상으로 한 선전선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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