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통과된 올해 예산의 총규모는 지출 기준으로 342조 원이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우며 불필요한 예산을 줄인 끝에 민생 관련 예산은 늘리면서도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342조5000억 원)을 5000억 원이나 줄였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여야가 내세우는 ‘알뜰살림’이 사실은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을 줄이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당초 정부안에서 연 4.8%로 설정했던 국채 이자율을 연 4.0%로 0.8%포인트 내리는 방식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했다. 결국 이 추가 재원 덕분에 여야가 실제로는 정부 지출을 9000억 원 늘렸음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5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게 됐다.
여야와 정부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를 감안해 당초 책정한 이자율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한 9월과 12월 사이에 내려간 국채 금리는 0.1%포인트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안을 편성할 때는 이자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했으나 이번에 현실적으로 바꾼 것”이라며 “현재 금리가 연 3%대인데 앞으로 내리면 내렸지 올라갈 가능성은 적어 국회와 협의해 금리를 낮췄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정부가 책정한 금리에 거품이 끼어 있어 이를 걷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채 이자율을 책정할 때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채 이자는 국가부도 사태가 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예상 밖으로 금리가 오르면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날 통과된 예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운영비 54억800만 원이 전액 삭감돼 해당 기관이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현행법에서 지난해 말까지로 정한 국고보조 시한이 연장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게임물등급위는 2006년 세워진 뒤 매년 관례적으로 국고 지원이 연장돼 왔으나 이번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회를 없애고 민간 자율심의기구를 두자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정부에서 제출한 국고 지원 연장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임물등급위는 국고 지원이 없어진 뒤 빚어질 업무 파행을 막기 위해 게임 심의수수료를 두 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이 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거치지 않으면 게임을 시중에 유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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