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올해 예산안을 처리한 여야는 국방과 공공행정 예산을 무더기로 쳐내면서도 의원연금의 재원이 되는 헌정회 지원금 128억여 원을 그대로 뒀다.
의원연금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세 이상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120만 원씩 지급하는 ‘연로 회원 지원금’이다. 회원들이 사전에 납입한 돈이 아니라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회원들의 재산이 많고 적음은 따지지 않는다.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다. 의원연금을 두고 ‘퍼주기 지원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의원연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2010년 2월 18대 국회 때다. 국회는 당시 ‘헌정회 육성법’을 개정해 정부가 헌정회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헌정회 지원금을 공식화한 것이다. 의원연금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연금 자진 포기’를 공론화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밥값 하는 국회’ 여론이 확산되고 정치쇄신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지난해 9월 각각 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냈다. 저소득 전직 의원들에게만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논란은 여전했다. 다른 사회보장제도가 있음에도 유독 전직 의원들만 ‘이중 혜택’을 받아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여야의 쇄신 경쟁은 거기까지였다. 대선 후보들은 의원연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대선이 끝난 뒤 연금 예산은 지난해와 똑같이 반영됐다.
여야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힘들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헌정회 육성법상 ‘국가가 헌정회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임의 규정이지 강제 규정이 아니다. 여야가 의지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의원연금을 폐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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