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감사원장 후보군 누구 거론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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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원장 2년여 임기 남아 교체 안될수도… 물러날 경우 안대희 김영란 박일환 물망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의 수장들을 교체하는 것이 당연시되지만 감사원장은 사정이 다르다. 헌법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도 개별법에서 임기를 정하고 있지만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명시된 만큼 그 무게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감사원장의 임기도 헌법을 따르기보다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김영준 감사원장이 바로 물러났고,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전윤철 감사원장이 사퇴했다. 반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이종남 감사원장은 교체되지 않고 임기를 마쳤다.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감사원장 교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감사원장 교체에 반대하는 측은 권력의 변화와 상관없이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원장의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2011년 3월 취임한 양 원장은 첫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한 인사는 사견을 전제로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양 원장을 특별한 이유 없이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난 김영준 전윤철 전 원장은 모두 4년의 임기를 한 차례 마친 뒤 연임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바뀌었기 때문에 임기 보장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새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라도 일단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23일 감사원장을 포함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여부에 대해 언급하며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박 당선인 측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교체 쪽에 무게가 더 실린 발언’으로 해석했다. 전윤철 전 원장은 2008년 사퇴할 때 “흔쾌히 새 대통령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이 공약대로 상설특별검사제,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면 사정기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장이 새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게 되면 감사원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원장이 물러날 경우 새 감사원장 후보로는 박 당선인 선거캠프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1순위로 꼽힌다. 법조계의 신망이 두텁고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보수 성향의 박일환 전 대법관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름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군에 거론되는 목영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도 거론된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원장의 임기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다른 기관들이 감사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손영일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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