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정치권에선 비판과 지적이 ‘쓴소리’로 받아들여지는 현역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절제, 모범적인 의정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 한 쓴소리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을 4일 밤 2시간가량 만나 당선인 3주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아쉬운 점, 풀어야 할 숙제 등에 대한 쓴소리를 들어봤다.
―박 당선인의 그간 활동 내용을 평가해 달라.
“안타깝고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당선인이 직접 국민 앞에서 계획, 근황을 설명한 적이 없다. 각종 인선 내용과 배경도 직접 발표했다면 ‘권위주의적’이란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첫 인선이 당선인 비서실장과 인수위 대변인단(지난해 12월 24일)이었는데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발표했다. 왜 당 최고위원이 그런 걸 발표하나. 인선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발표 시간이 오후 6시(당선인 비서실장 및 대변인)나 오후 4시(인수위원)인 점도 이해가 안 된다. 언론의 검증을 피하겠다는 건지…. 지난해 12월 20일 후보 비서실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 당선인 교부증을 대신 받도록 한 것도 잘못됐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박 당선인은 ‘법치’를 국정 운영의 키워드로 제시하지 않았나.”
―박 당선인의 태도가 권위적이라는 얘기냐.
“인수위원만 해도 인수위원장이 명단만 읽고 사라졌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대선에서 국민의 48%가 다른 후보를 지지했고,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껴안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대통합이란 관점에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인선을 평가한다면….
“편중 발언을 일삼았던 사람을 첫 인사에서 기용하다니…. 그렇게 사람이 없나. 바로잡아야 한다. 선거대책위원회도 아닌데 수석이니 뭐니 대변인을 여럿 뒀던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부친인 조병옥 박사는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며 조 전 의원도 7선을 하는 동안 주로 민주당에 있었다. 요즘 민주통합당, 어떻게 보나.
“이름만 민주당이지 너무 심하게 변질됐다.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중도 정당이었는데 열린우리당 때부터 급속히 좌편향됐다. 종북 논란이 끊이지 않는 통합진보당과도 지난해 4·11총선 때 정책합의서까지 발표했다. 친노(친노무현)다, 비노(비노무현)다 내부 권력다툼을 할 게 아니라 강령, 노선, 정체성 등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본회의에 상정·처리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잘못했다. 제주 해군기지 사업 예산과 관련해 군항 중심 운영 우려 불식 같은 부대 의견을 관철하려다 늦어졌다는데 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부대의견에 끌려 다니나. 현역 의원들이 공천 때부터 줄기차게 써온 단어가 ‘개혁’과 ‘쇄신’인데 새 정치가 별 거냐. ‘쪽지 예산’, 무분별한 외유, 예산안 늑장 처리, 이런 것 안 하는 게 새 정치다.”
―국민 48%의 지지를 받고도 패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게도 한 말씀 한다면….
“대선 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는 건 대선에서 패하면 곧장 국회의원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선 후 공식 일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트위터에 댓글만 달고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국회로 돌아와 예산 등 현안에 대해 당의 중심을 잡았어야 한다. 국민 48%의 지지를 받은 건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는 건데 패배 이후 더 실망스럽다.”
―정치 현안을 죽 꿰뚫고 있다. 하루 일과를 소개해 달라.
“아침에는 가급적 일찍 일어나려 하고, 자정쯤 잠자리에 든다. 인터넷을 통해 중앙일간지의 모든 칼럼과 사설을 찾아 읽고, 일간지 3개를 정독한다. 얼마나 좋은 글들이 많은지….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배운다.”
―현역 시절 매일 국회도서관을 찾은 것으로 유명했다. 이제는 주로 서재에서 지내나.
“서재라고 보기는 어렵고…(웃음). 작은 방에 책상과 의자, 책꽂이, TV가 있는 게 전부다. 취미로는 역사 관련 책들을 읽고, 종합편성채널을 즐겨 본다. 심도 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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