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36명 미니의총 열어 ‘원내대표 추천권 존중’ 합의
“종편 출연제한 방침 등 편가르기로 선거 패배”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둔 8일 초선 의원들은 당의 진로와 정체성,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주재한 간담회에서였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전체 127명 중 43.3%인 55명. 이 가운데 36명이 참석했다. 박남춘 김현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 성향이거나 도종환 진성준 의원 등 대선 때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했던 인사들은 불참했다.
김승남 의원은 “정체성과 노선을 수정해 중도층을 껴안아야 한다”고 제안했고, 김기준 의원은 “정체성과 노선은 물론이고 당명, 당 색깔, 심지어는 당사도 바꿔야 한다. 다 바꿔야 산다”고 가세했다. 한 의원은 “(통합진보당 등과의) 통합과 연대로만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당론인 ‘종합편성채널 출연 금지’가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두 명의 의원은 “우리의 정책, 후보를 알릴 기회도 박탈당했고 민주당의 ‘편 가르기’가 부각됐다. 득표율 몇 %는 저쪽(새누리당)으로 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8대 국회 때였던 2011년 12월 종편 출범 때부터 ‘출연 금지령’을 당론으로 채택해 19대 국회 2년차를 맞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전날 박 원내대표가 마련한 전직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도 종편 출연 금지령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항공 노선이 신설됐는데 설령 특혜 시비가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비행기 안 타고 배 타고 다닐 거냐”고 지적했다는 것.
초선 의원들은 4시간의 격론 끝에 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선 때 선대위의 중책을 맡았던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순옥 의원은 “당 쇄신과 혁신을 위해서는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 선대위 핵심이었던 초·재선 의원 11명이 꺼낸 ‘박영선 비대위원장 카드’를 비판한 것이다. 박 의원은 문 전 후보의 공동선대본부장(3명) 중 한 사람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오후 재선 의원 모임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후보를 단수로 결정해 9일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충청 4선으로 계파색이 옅은 박병석 국회부의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2011년 6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류와 비주류 간 충돌로 추대가 아닌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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