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갈등과 반목이 생기고 결국 공동체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민생을 챙기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면 약속을 지키면 됩니다. 국민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합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7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채널A 공동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선거 당일 서울 광화문에서 국민들께 했던 약속을 꼭 지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신뢰받는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호남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박 지사는 “(나보다도) 유능하고 훌륭한 분들이 많다. 지사로서 할 일이 많다”며 고사할 뜻을 밝혔다. 인터뷰는 임규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훈 채널A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은 박 당선인에게 두 자릿수의 지지를 보냈다. 전남 표심을 어떻게 보나.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이 진심을 갖고 접근했다고 본다. 과거엔 일방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사람과 정책을 보고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모든 정당이 진정성을 갖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지키면서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면 나라가 평화롭고 정치도 발전할 것이다.”
―당선인에게 꼭 바라는 게 있다면….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갈등과 반목이 생기고 결국 국가 전체가 위기를 맞는다. 당선인이 민생을 챙기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면 약속을 지키면 된다. 국민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 참여 경험이 있고 호남 출신 3선 지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제안을 받았나.
“(호남총리로) 거론되는 것은 과분한 일이다. 나는 원래 꿈이 신문사 논설위원이었지만 정치를 시작해 공직을 맡게 됐다. 공직에 있으면서 자리 욕심보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아직 전남지사로서 할 일이 많다. 더 훌륭한 사람이 총리가 돼 국정을 이끌었으며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인연이 각별하다. 새 정부가 대중국 외교를 위해 도와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에 ‘박준영밖에 없다. 박준영이 잘할 것이다’라고 해서 요청이 오면 응하는 게 도리다. 대중국 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시 총서기와 그동안 네 번 만났다. 남북한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과 식량 에너지 문제를 놓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가 상하이 당서기를 할 때 임시정부청사가 철거될 뻔했는데, 임정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며 재고해 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들어줬다.”
―중앙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3선 단체장으로서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12%밖에 안 돼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발전도 더디다. 전남은 공기가 좋고 기후가 따뜻해 친환경 농업과 은퇴타운 최적지다. 지역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지만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지방정부가 아이디어를 낸 사업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최근 대전시가 2014년 말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 노선을 서대전역, 논산역으로 경유하게 해 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냈다.
“KTX는 말 그대로 고속철도다. 대전권은 경부고속철도를 활용하면 된다. 호남고속철은 서남권 거점공항인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도록 건설돼야 한다. 국책사업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국익과 경제적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국제공항과 고속철도 연결은 세계화 추세인 만큼 전남도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 3대 스포츠이벤트로 불리는 포뮬러원(F1)코리아그랑프리를 3년 연속 개최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국가 이름을 걸고 치르는 행사지만 전남도가 대회 운영비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해 부담이 크다. 매년 세계 18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데 14개 국가가 중앙정부에서 적게는 300억 원에서 600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 정부가 100억 원을 지원하지만 적자 폭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경기장 인근을 자동차부품 클러스터로 만들면 1만2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본보 인터뷰 후인 8일 박 지사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에 90% 이상의 몰표를 준 호남 표심에 대해 “가볍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왔다. 10일 박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추가로 물었다.
“대선 패배에 따른 호남 고립화를 치유하는 처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시도민의 열망을 설명한 것입니다. 당의 개혁을 이야기한 것인데 호남 민심을 폄하한 것처럼 비쳐 유감스럽습니다. 앞으로 민주당이 잘되도록 지역민들이 역할을 해야 하고 잘못된 행태에 과감히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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