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골프채-연아 스케이트 등 근현대 유물 예비문화재 지정”
문화재청 업무보고 앞두고 규정도 못 만든 상태서 공개
새마을운동도 대상 가능성… “당선인 의식 맞춤 발표” 지적
“공청회 한 지 며칠 됐다고 덜컥 발표했대요? 아직 개념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문화재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오후 2시)를 앞두고 있던 11일 오전. 국무총리실이 문화유산제도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50년 미만의 근·현대 유물을 예비문화재로 지정해 보존 관리한다”고 밝히자 문화재청 예비문화재(가칭) 인증제도 추진에 자문 역할을 했던 한 전문가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예비문화재 지정제는 1988 서울올림픽 굴렁쇠처럼 보존할 가치가 있으나 역사가 짧은 문화유산을 미리 문화재로 지정해 훼손의 위험을 막기 위한 제도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등록문화재는 50년 이상 된 근대문화유산이다.
문제는 총리실의 발표 시기와 절차다. 예비문화재 인증제 도입은 지난해 문화재청이 이미 발표한 사안이다. ‘박세리 골프채’ ‘김연아 스케이트’가 문화재가 될 것이란 보도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예비문화재 법안 마련을 위해 문화재청이 발주한 연구용역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의원입법으로 할지, 정부입법으로 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르면 5월경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화재청 관계자는 “총리실의 발표 직전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예비문화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만들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열린 ‘예비문화재 추진 공청회’에선 예비문화재와 근대문화재의 구분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이런 경우엔 공청회를 추가로 열어 의견을 조율하는 게 상례인데 어떤 의도로 총리실이 깜짝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맞춤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문화계 인사는 “예비문화재의 경우 ‘새마을운동’ 등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보고거리’로 낙점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문화재청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와 조율을 거친 내용으로 누구를 의식해서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