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32년 충남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겼던 충남도청이 80년 만에 대전시대를 마감했다. 옮긴 곳은 한반도 서해의 중간쯤이자 환황해권의 중심무대가 될 ‘내포신도시.’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계다.
내포신도시 출범은 지역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소중한 전환기로 평가된다. 단순한 도청사 이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충남 전역의 균형발전을 이끌어 갈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국토 중심으로서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축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까지 이전을 모두 마무리하고 새 청사에서 시무식(2일)을 한 지 일주일이 경과한 9일. 황량한 벌판에 우뚝 선 비취색 도청사 건물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꿈을 품은 듯 웅비하는 모습이었다.
80년 만의 이전, 새로운 도약 꿈꿔
내포신도시는 2009년 6월 착공됐다.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995만 m²(약 301만 평)에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3만8500가구)을 수용한다는 구상으로 조성되고 있다. 내포신도시는 행정타운(36만8000m²)과 비즈니스파크(13만3000m²), 산업용지(99만 m²), 상업용지(36만3000m²), 주거단지(266만4000m²) 등으로 도시계획이 짜여 있다.
가장 먼저 입주한 충남도청 신청사는 연면적 23만1000m²에 지하 2층 지상 7층, 건물면적 10만2331m² 규모로 1320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 도청 인근에는 올 3월과 10월 차례로 충남교육청과 충남지방경찰청이 이전한다. 2020년까지 옮기는 대전에 있는 도(道) 단위 기관과 단체는 128개에 이른다.
충남도청은 1989년 대전시의 직할시 승격으로 관할지역인 충남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도청 직원들 대부분이 대전 거주자인 데다 예정지 선정과정에서의 지역 갈등, 막대한 예산 등의 이유로 지연됐다. 하지만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소득이 대전에 유출되고 도청이 충남의 남동쪽인 대전에 치우쳐 있다 보니 원거리를 오가야 하는 불편도 제기됐다. 대세는 충남을 환황해권의 중심이자 서해안시대의 중핵으로 육성한다는 발전 전략 면에서 이전이 설득력을 지니게 된 것.
내포신도시는 도청을 제외하곤 아직 썰렁한 상태. 도청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당분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주택, 식당, 병원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권희태 정무부지사는 “충남의 새로운 도약을 여는 역사적인 내포시대 개막 이면에 도청 공직자들의 많은 고충이 예상되지만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21세기 서해안시대, 환황해 아시아 경제권시대를 향한 충남도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진입도로 등 정주여건 마련에 총력
내포신도시 조성이 가속화되면서 주변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우선 주변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크게 바뀌고 있다. 홍성∼내포신도시∼덕산을 연결하는 4차로의 도청대로(2.2km)는 이미 완공됐다. 또 예산·수덕사 나들목에서 도청까지 진입하는 8.4km의 주 진입로는 113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6월 완공될 예정. 이 밖에 국도 45호선 연결도로 등 모두 5개 노선이 신설되거나 확장되고 있다.
이주 공무원의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위해 올해 2624채의 아파트를 비롯해 LH의 보금자리주택(2127채), 공무원연금관리공단(497채), 민간공동주택(4914채)이 올해 안으로 분양된다. 2015년까지 5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2만여 채를 지을 계획. 이 밖에 행정 교통 복지 환경 방재 등 도시의 주요 기능별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정보를 서로 연계해 제공하는 유비 쿼터스 도시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390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교육환경을 위해 내포초·중학교가 올 3월 개교하는 것을 비롯해 공립고인 홍성고 이전도 추진된다. 충남도는 내포신도시 전체를 전신주 육교 쓰레기 담장 입식광고판이 없는 ‘5무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전신주 및 지상 장애물은 전부 지하화하고 사람 위주의 보행도시가 되도록 육교도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쓰레기는 지하로 수송하는 ‘크린 넷(Clean-Net)’를 설치하고 상업용지 내 입식 광고물은 설치를 제한할 계획.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주거 공간, 교통, 대학과 의료기관 유치 등 초기생활권 형성이라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 장기적인 인구 수용 전략과 기업 유치 전략 등도 절실하다. 특히 내포신도시가 국토 균형 발전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진입도로 구축이 관건으로 차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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