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현실성 평가]“증세-국채발행 없인 필요재원 기껏해야 절반 마련”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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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 재원 대책 문제 없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임기 5년간 수조∼수십조 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는 대형 복지공약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만 0∼5세 무상보육,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기초연금 최대 20만 원으로 확대, 고등학교 무상교육, 암 등 4대 중증질환 무료 진료 등이다.

이 복지제도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갈수록 필요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국가 발전과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면이 있다 해도 머지않은 장래에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고, 미래 세대의 부담도 가중시킨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박 당선인은 대선후보가 아닌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서 단지 나눠주기 위한 복지가 아니라 복지를 뒷받침할 경제 성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인 복지공약의 속박에서 가능한 한 빨리 풀려나야 한다”고 말했다.

○ “공약대로는 재원 마련 어려워”

박 당선인은 집권 5년 동안 정부 지출을 줄여 71조 원, 깎아주는 세금을 없애거나 줄여서 48조 원 등 총 134조5000억 원을 복지 재원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후보 시절에 밝혔다.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비과세·감면 정비가 ‘박근혜식 재원 조달’의 핵심이지만 대선 공약에는 이런 취지와 달리 세금을 없애거나 깎아주겠다는 정책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에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세금 감면 정책이 10개 이상 들어 있다. 이 중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 소규모 증세 공약들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세수는 세목(稅目)당 많아야 수천억 원 수준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말 종료된 부동산 취득세 감면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취득세 감면이 올해 말까지 연장되면 줄어드는 세수만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구상대로 재원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의 설문에 응한 25명 중 20명(80%)이 박 당선인의 재원 조달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80%가 굳이 모든 공약을 지키기를 원한다면 증세(增稅)나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 마른수건 짜고 또 짜는 정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더 조이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정부 씀씀이를 줄여서 매년 15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구상에 대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산 342조 원 중 지방이전 재원, 공적연금 등 정부가 손댈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은 162조 원에 이른다.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재량 지출 180조 원 중 9% 정도를 줄여야 박 당선인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해마다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1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실제로 줄어든 수치는 5년 동안 1∼2%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것도 세수확보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잡았다가 지난해 말 3.0%로 1%포인트 내렸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수는 2조 원가량 줄어든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필요한 복지재원 확보의 기본 방향은 성장 동력 확충에 두고 성장을 통해 세수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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