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개최하려던 학술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보안 강조’ ‘함구령’의 여파가 국책기관의 연구 활동에까지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연구원은 18일 “23일로 예정됐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방향’이란 주제의 학술회의를 연기한다. 추후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학술회의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종일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며 장소 예약과 참석자 섭외를 마친 상태였다. 학술회의는 △신 대북·통일정책 환경: 도전과 기회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통일정책 목표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종합토론’ 등 3부분으로 구성돼 있었고 초청된 발표·토론자만 20명이었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류길재 경남대 교수와 이정훈 연세대 교수도 참석 대상자였다. 연구원이 예약한 학술회의 장소의 수용 규모는 300∼400명에 이른다. 그만큼 대규모 행사였다.
국책 기관이 참석자들에게 초청장까지 발송해 놓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사실상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구원의 한 인사는 “행사가 사실상 취소된 셈인데 어떤 사정이나 이유 때문인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의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 최대석 전 위원의 사퇴 등의 파장으로 민감한 대북정책에 대해 입조심을 하는 차원에서 학술회의가 취소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동성 통일연구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술회의 준비가 부실했고 서둘렀다가 행사를 망치는 것보다 충실히 준비해 제대로 개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외부로부터의 어떤 압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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