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20건 넘는 도덕성 위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관용차 사적 용도 사용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곤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검토해 보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오전 질의 과정에서 요청받은 자료를 오후 2시 반 속개될 때까지 제출하지 않았다가 청문회가 정회될 뻔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태도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법 위반이라고 비판한다면 수용”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분양받고서 상당 기간 주소지만 옮겨놓고 거주하지 않았던 데 대해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평생 사는 집 한 채이고 부동산 거래는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결과적으로 법 위반 아니냐”고 추궁하자 “위장전입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 위반(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그 부분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때 승용차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관용차를 추가로 이용한 점은 시인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추궁에 이 후보자는 “기사가 ‘예비차가 몇 대 있어 차가 나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외교관인 둘째 딸을 관용차로 출근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재직 시절 9번의 출장 중 부인을 5번 동반했던 데 대해서도 “아내가 실제로 비서관 역할을…”이라고 했다가 질타가 이어지자 “그 부분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동행할 때 헌재 경비로 나간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의에 “일절 없다. 예산 사정이 열악해 아내가 비서관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부인의 숙박비 등을 사비로 다 냈다고 할 수 있나”라고 추궁하자 “(다른 사람들도) 100%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식사비나 항공요금 등은 사비로…. 사과드린다”며 말을 바꿨다.
○ “항공권깡 사실이면 바로 사퇴”
헌재 재판관 재직 시절 월평균 40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도 도마에 올랐다. 특정업무경비는 헌재 재판관의 ‘재판 활동 지원’을 위해 지급되는 돈. 야당 의원들은 재산 증식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6년 동안 고스란히 계좌로 들어온 3억200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가 예금 증가로 이어진다. 공금 유용”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통장은 월급통장이 아니었다. 해외송금, 경조사비 지출이 이뤄졌다. 경조사 등이 공적 업무냐”고 따졌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특수업무경비는 반드시 공적 업무 추진에만 집행하고 영수증을 제출하게 돼 있다”고 추궁하자 “그런 걸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특정업무경비를 재판 관련 활동비에 다 썼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는 “전액을 다 썼는지, 워낙 세월이 오래돼서 기억이 좀…”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해외 출장 시 비행기 좌석 등급을 낮춰 차액을 챙겼다는 ‘항공권깡’ 의혹에 대해서도 질문이 집중됐다. 2008년 미국 출장 때 1등석 항공권을 끊었지만 실제로는 한 등급 아래인 비즈니스석을 타고 차액을 챙겼고, 2009년 독일 출장 때는 주최 측이 이코노미석을 발권해 보내주자 헌재로부터 비즈니스석 승급을 위한 차액을 받고 실제 이노코미석을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사실무근이다.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구체적인 자료를) 가져와서 명확하게 해명해야지…”라며 “답변 태도를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해했다.
“화합의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바른 것은 바르다’고 하는 원칙주의자였다. 지금 일부 반대하는 분들은 저와 직접 관계를 맺은 분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5·16에 대해선 “학교에서 쿠데타라고 배웠다. 학교에서 배운 게 바뀌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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