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후보자, 업무비 유용 등 논란 잇달아
의혹 제대로 해명 못하고 ‘남탓’ ‘관례탓’ 일관
“헌재 신뢰받겠나…결단 내려야” 목소리 확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 동안의 인사청문회가 22일 끝났지만 자격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관용차로 딸 출근시켜 주기, 예비관용차를 이용한 승용차 홀짝제 비켜 가기 등 명백히 사실로 드러난 몇몇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남 탓’, ‘관례 탓’을 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헌재 재판관 재직 시절(2006년 9월∼2012년 9월) 월평균 400만 원씩 6년 동안 3억2000만 원을 받은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유용 의혹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정업무경비는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적 용도에만 쓰도록 규정돼 있다. 생명보험료, 딸에게로의 해외 송금 등 사적 용도로 쓴 사실이 입증되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22일엔 특정업무경비 등을 넣어둔 개인통장과 머니마켓펀드(MMF) 계좌 사이에 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MMF는 보통예금에 비해 이율이 높고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금융투자 상품이다. 야당은 “명백한 횡령”이라며 공세를 강화했지만, 이 후보자는 MMF 계좌를 보유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단기투자 등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24일로 잡혀 있는 인사청문특위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구성된 인사청문특위 위원 가운데 야당은 전원 ‘채택 반대’ 방침을 보이고 있고 여당도 일부 의원이 적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인준표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첫 인사부터 밀어붙이기가 등장할 경우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여야 관계도 악화될 소지가 크다.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박 당선인은 ‘법치(法治)’를 전면에 내걸었는데, 헌법기관장인 헌재 소장 인선 내용이나 인준 과정에 법적 하자가 용인돼선 안 된다”라며 “잘못은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공인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맞물리는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된다면 향후 수많은 재판의 공정성, 신뢰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게 상당수 법조계 인사의 목소리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보수, 진보를 떠나 이 시대의 헌재소장을 맡기엔 부끄러운 인물”이라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21일 청문회 인사말에서 “헌재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말이 진심이라면 더는 헌재가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도 엄중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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