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화 아파트 구매대금을 밀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38·사진)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는 23일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정연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의 딸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도 외국 아파트 거래를 숨기기 위해 송금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전과가 없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미신고 거래에 대한 처벌이 완화된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정연 씨는 2007년 집을 구해보라는 어머니 권양숙 여사의 권유로 미국 뉴저지 ‘허드슨 빌라’를 22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08년 말 정연 씨는 아파트 소유자 경연희 씨(43)로부터 아파트 중도금 13억 원(100만 달러)을 달라는 요청을 받자 “은행으로 송금하면 해외 부동산 취득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되니 한국에서 현금으로 받아가라”고 부탁했다.
이후 마스크를 쓴 신원 미상의 남자가 서초구 양재동 비닐하우스에서 경 씨 대리인에게 돈을 전달했다. 검찰은 당시 돈 전달 과정을 밝히기 위해 권 여사와 정연 씨를 조사했지만 정확한 돈의 출처는 밝히지 못한 채 정연 씨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여사는 돈의 출처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지인들과 퇴임 이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온 지인들이 준 돈을 모아둔 것”이라고 서면 진술한 바 있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정연 씨와 정연 씨의 남편 곽상언 변호사는 법관 전용 통로로 빠져나갔다. 통상 법원은 불구속 상태의 피고인에게 위협이 가해질 경우나 사생활 보호가 필요할 때 피고인 통로를 쓰도록 하지만 이례적으로 법관 통로를 쓰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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