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주도로 재검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놓고 재검증 방침을 밝힌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해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감사 결과에 대한 검증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며 정면 반발했다.
양 감사원장은 “감사원 사상 처음으로 감사원 결과 발표를 상대로 총리실에서 사후 감사를 하는 선례를 만든 데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라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수용 여부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된 후에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그 조사를 받는다, 조사 대상이다, 이런 내용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거듭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총리실의 ‘4대강 보(洑) 자체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4대강 보 공사가 농업용 보 설계 기준에 따라 시행됐다”며 원천적인 설계 문제를 들어 반박했다. “국토해양부가 4∼12m인 4대강 보의 설계에 4m 미만인 농업용 보의 설계 기준을 그대로 차용해 하천 설계 기준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공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보는 실질적으로 잘못됐다”면서도 “국토부는 하천 설계 기준대로 했다고 하지만 그 설계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감사 당시 국토부 관련 담당자도 다 수용하고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강 사업의 감사원 감사와 관련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총리실이 중심이 돼 다시 한 번 철저한 검증을 시행하겠다”며 “수자원과 토목 전문가 모임인 관련 학회가 중심이 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증 대상으로는 △4대강 보의 안전성 △수질 개선 실태 △홍수 예방과 물 확보의 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꼽았다.
양 감사원장은 총리실과의 통화 내용을 담은 쪽지를 전해 받고 난 뒤 한발 물러섰다. 그는 “감사원 검증 결과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사업 전반에 대해 자체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총리실 해명 내용을 직접 법사위원들에게 전했다.
그러자 법사위원들은 “총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중차대한 사태로 감사원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감사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최원식 의원은 “총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재조사하는 건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감사원장이 총리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11년 1차 감사 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장이 김황식 총리란 점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최악의 감사로 지탄받는 1차 감사를 주도한 현 총리가 검증하겠다는 것은 헌법 질서 파괴이자 총리에 대한 탄핵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현안 보고를 마무리하면서 “전임 감사원장으로 1차 감사를 했던 김 총리가 부실을 지적한 2차 감사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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