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이 22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2087호에 찬성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은 중국 정부가 더이상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대북 추가 제재 찬성은 시 총서기 체제 등장 이후 첫 대북 조치라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북한의 명백한 도발 행위에도 북한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국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력은 없고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앞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한 어조로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도 무위로 돌아가고 북한은 발사를 강행했다.
정작 발사가 이뤄지자 중국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으로 톤을 낮추고 추가 제재 문제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 이번에도 제재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22일 뒤늦게나마 법적 구속력을 지닌 안보리 제재 결의가 통과된 것은 중국이 쉽지 않은 양보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친강(秦剛) 외교부 수석대변인은 23일 “안보리 2087호 결의는 관련국들이 협상을 거듭해 얻은 결론으로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결의에 찬성한 것은 제멋대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을 더 감쌀 수 없다는 국제 여론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국력 신장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로 곳곳에서 격화되는 미국과의 마찰을 일정 부분 감소시켜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 총서기가 23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북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당장 한반도 비핵화 포기와 추가 핵실험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범위에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특사단에게 북핵 문제로 중국 지도부와 북한 지도부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자세가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북측에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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