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면전에서 與는 등뒤에서… 이동흡 후보자 자진사퇴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가 자진사퇴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새누리당마저 이 후보자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뗐기 때문이다.

당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무산됐다. 민주통합당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새누리당은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비난하면서도 특위를 종료시켰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인준을 강행할 경우 여당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에 따른 여론 악화로 설령 새누리당이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더라도 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또 헌재 소장 인준에 필요한 정족수는 과반수(151명) 출석에 과반수 찬성인데, 여당 의석수는 154석이어서 몇 명만 이탈해도 가결이 어려워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당 이탈 표가 30표는 족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 후보자의 용단이 한 방법일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서는 헌재 소장보다 국무총리 청문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가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해 7월 11일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자 보름 뒤인 7월 26일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도 이 후보자를 적극 두둔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헛소문으로 피해 받은 사람을 자진사퇴시키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게 새 정치냐”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장기 표류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강창희 국회의장 측은 직권상정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는 있을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남희·고성호 기자 irun@donga.com
#새누리당#이동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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