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후보 지명]첫 여성대통령 선택은 ‘장애극복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朴당선인, 김용준 총리 지명… “사회적 약자 보호 적임자”
인수위원장→총리 직행 최초… 행정 無경험-고령 우려도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쪽)이 24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원장이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직접 총리 인선을 발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쪽)이 24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원장이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직접 총리 인선을 발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명됐다.

박 대통령 당선인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 후보자를 직접 소개한 뒤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갈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역대 총리 후보로는 최고령(75세)이다. 인수위원장이 곧바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도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그랜드슬램’을 이뤘다는 말이 나왔다. 대선 기간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된 뒤 인수위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정책의 연속성 및 신뢰성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공약을 만들고 다듬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한 사람에게 맡긴 것이다. 김 후보자는 여당에서 ‘공약수정론’이 나오자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책임총리’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책임총리에 적합한 인물이냐는 데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인선은 사실 의외였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박 당선인은 ‘깜짝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서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특유의 용인술을 선보였다.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장애인 최초로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 후보자의 남다른 삶은 박 당선인이 그를 계속 중용하는 주요 배경이다. ‘유리천장’을 깬 여성 대통령 탄생에 이어 장애의 역경을 극복한 총리 탄생을 통해 또 하나의 벽을 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법조계 신망 높지만… 책임총리 역할 미지수 ▼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만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김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을 ‘중용 배경’으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 후보자는 “며칠 전 (박 당선인에게 총리 후보 지명 계획을) 통보받았다”며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처를 통할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원장에 임명됐을 때는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반드시 지키겠다고 한 민생, 약속, 대통합의 세 가지를 이룰 수 있게 보좌하겠다”고 했다.

○ 책임총리 적합?

이번 총리는 ‘세종시 시대’를 여는 첫 총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를 대표해 여러 정책 현안에 답변해야 하는 위치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 있다. 게다가 특임장관실이 폐지돼 총리의 정무적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 경력이 전부다. 수많은 정책이나 갈등 현안을 총리 책임하에 조율하고 추진 과정을 점검하기에는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 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을 지낸 인사가 장관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책임총리 여부는 국무위원과 행정 각부 장의 임명제청권이나 해임건의권을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리 인선을 놓고 박 당선인이 책임총리제가 아닌 ‘책임장관제’로 정국을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에다 행정 경험이 없는 김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장관에게 더 많은 자율을 주고 책임을 묻겠다는 구상일 것이라는 얘기다. 총리는 법치의 상징으로 존재할 뿐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들을 직접 장악하고 경제정책은 ‘원톱’의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책임총리제’가 일반의 개념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흔히 책임총리라고 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해찬 총리를 떠올린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전폭적 신임을 보내며 사실상 내치(內治)를 맡겼다. 반면 박 당선인의 책임총리는 국정 목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당수 총리는 외부 명망가를 발탁했다는 점에서 ‘낙하산 총리’였다”며 “박 당선인은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책임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황식 현 총리나 김석수 전 총리 등 대법관 출신들이 대체로 성공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했다”며 “갈등 조정능력이 있다면 행정 경험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08년 3월 출범한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김 후보자는 균형감각이 있고 유연한 분이라 총리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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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김용준#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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