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디오 정치’가 관심이다. 지난해 6월 평양으로 상경한 조선소년단원들과 함께한 모습(위 사진)이 TV에 방영됐고, 지난해 8월에는 측근만 대동한 채 목선을 타고 서해 최전방인 무도 방어대를 방문하는 단호한 모습(가운데 사진)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직전 로켓 발사를 지시하는 모습을 TV로 방영하며 주요 사안을 진두지휘하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동아일보D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비디오 정치’가 새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3차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이 잇따른 ‘오디오(성명) 협박’에 이어 김정은의 진두지휘 모습을 공개하는 ‘화면 시위’에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27, 28일 이틀 연속 김정은이 주재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결심을 표명하고 해당 관료에게 구체적 과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일어서 보고하자 김정은이 지시를 내리는 사진 등도 소개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당 중심의 체계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이 이뤄졌고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포장하기 위해 기획된 사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직전에도 비슷한 회의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대 12월 20일 북한의 기록영화를 보면 김정은이 박도춘 당 군수담당 비서 등 10여 명을 앉혀놓고 로켓 발사를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에는 회의 참석자 명단도, 회의 이름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비디오 정치는 꾸준히 진화해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친화력 구축에 방점이 찍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국가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쌓는 도구로 영상선전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7월경까지는 친근하고 자상한 가장(家長)의 모습을 많이 연출했다. 이 기간 △신축된 평양 창전거리 살림집(아파트)과 아동백화점, 경성유치원을 찾아가 아이들을 껴안고 선물을 나눠주거나 △군부대 현지지도 때는 벙거지 모자를 쓴 채 탱크를 몰고 △완공된 능라인민유원지에서는 청룡열차를 직접 타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소탈한 장면 등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어린 학생과 앳된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웃음을 짓는 장면을 통해 생전의 김일성 모습을 연상시키려 한 것 같았다”며 “김정일과 달리 공식행사에 부인을 대동하고 임신한 모습의 사진까지 공개한 것도 가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지도자로서의 단호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나섰다. 현장 지도를 나가서 관계자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8월 하순에는 측근만 대동한 채 목선을 타고 서해 최전방인 무도 방어대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20일에는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이 ‘백마를 탄 선지자’로 연출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의 비디오 정치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실력자들의 구체적 위상을 파악하게 하는 부수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공개된 일꾼협의회에 참석한 홍승무 노동당 부부장도 정부가 새롭게 주목하게 된 인물이다. 그동안 홍승무는 군수산업을 담당하는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으로 각종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제2자연과학원과 주요 군수품 생산을 전담하는 제2경제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지도·통제해온 인물로 알려져 왔으나 노동당 내의 정확한 업무나 직책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당국자는 “홍승무는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3차 핵실험이 미국 등 대외관계에 미치는 비중을 반영해 회의에 참석시켰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홍승무의 회의 자리 위치 등에 대한 정밀분석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