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55명에 대한 임기 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특사안을 심의·의결한 뒤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민간 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정치 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저축은행 비리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 관련자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감안 △사회 갈등 해소 등 4대 원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사는 31일자로 단행된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라며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사로 최 전 위원장, 천 회장은 각각 1년 10개월, 1년 1개월의 잔여 형기를 면제 받았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도 특사 혜택을 받게 됐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캠프 대변인이었던 장광근 전 의원, 친박계 중진인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복권됐다.
다른 정계 인사로 여권에선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현경병 전 의원이, 야권에선 김종률 서갑원 우제항 전 의원이 복권됐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던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도 복권됐다. 경제인 중에선 조현준 효성 섬유PG장(사장) 등이 포함됐다. 용산 참사 사건으로 구속된 6명의 철거민 중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등 5명도 사면을 받았다.
여야 정치권은 사면법 개정 추진에 즉각 나섰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은 이날 대통령 친족과 측근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도 사면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가) 박근혜 정부가 반듯한 사면 문화를 정착시키는 원년이 되도록 사면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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